‘1호 기소’부터 체면 구긴 공수처…김형준 전 부장검사 1심 무죄

입력 2022-11-09 14:06 수정 2022-11-09 15:57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했지만 1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은 김형준 전 부장검사가 9일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출범 이후 첫 기소했던 김형준 전 부장검사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단독 김상일 부장판사는 9일 뇌물수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김 전 부장검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뇌물을 건넨 혐의로 기소된 박모 변호사도 무죄 판단을 받았다. 김 전 부장검사는 2015~2016년 과거 동료였던 박모 변호사로부터 1000만원의 금품과 93만5000원 상당의 접대를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두 사람 사이에 오간 1000만원은 뇌물이 아닌 차용금이라는 게 재판부 판단이었다. 재판부는 “공수처가 제출한 증거로는 이들의 금전 거래가 뇌물이라는 사실이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증명되지 않았다”고 했다. 박 변호사로부터 1000만원을 빌렸다가 갚은 것이라는 김 전 부장검사의 주장을 받아들인 것이다. 김 전 부장검사가 1000만원을 받고 며칠 뒤 실제로 변제한 점, 이전에도 둘 사이에 수차례 금전거래가 있었던 점 등도 고려됐다.

박 변호사가 결제한 접대 금액 93만5000원과 관련해선 직무관련성과 대가성이 문제가 됐다. 재판부는 “김 전 부장검사는 당시 예금보험공사에 파견 중이서 박 변호사 사건 처리에 구체적, 직접적 권한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김 전 부장검사가 당시 합수단 소속 검사에게 사건을 신속히 처리하라고 지시했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고 했다.

이 사건은 2016년 김 전 부장검사가 이른바 ‘스폰서 검사 사건’으로 수사선상에 올랐을 때 함께 조사됐었다. 김 전 부장검사는 스폰서 김씨로부터 금품을 제공받은 혐의에 대해서는 유죄를 확정 받았지만, 박 변호사 관련 사건의 경우 검찰에서 무혐의 결론이 나왔다. 2019년 김씨의 고발로 경찰 수사가 재개됐고 검찰로부터 사건을 이첩 받은 공수처는 김 전 부장검사에게 뇌물수수 혐의를, 박 변호사에게 뇌물 공여 혐의를 적용해 지난 3월 기소했다. 공수처 출범 후 첫 기소 사례였다.

공수처는 “재판부 판단 내용 중 법리적으로 의견을 달리 하는 부분이 있다”며 즉시 항소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하지만 ‘1호 기소’ 사건이 1심에서 무죄로 결론나면서 공수처의 수사 및 공소유지 역량에 대한 비판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김 전 부장검사의 변호인은 무죄 선고 직후 “과거 검찰에서 이미 수사가 엄격하게 이뤄졌던 부분”이라며 “공수처가 정치적 계산과 조직 논리에 따라 수사와 기소를 했다”고 주장했다.

임주언 기자 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