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의 유명 건물주인 아버지가 연대보증을 해준다고 피해자를 속여 약 200억원을 가로채고 해외로 도피했던 남성이 가족의 도움으로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조병구 부장판사)는 8일 특별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 혐의로 구속기소 된 A씨(41)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하고 40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령했다.
자산운용회사를 운영한 A씨는 재무 상황이 좋지 않음에도 2016~2017년 “수익을 보장해 주겠다”며 피해자들로부터 총 166억여원을 빌리거나 투자받고 갚지 않은 혐의를 받는다. 또 자신의 회사에서 36억여원을 횡령한 혐의도 받는다.
A씨는 범행과정에서 자산가인 아버지가 연대보증을 해줄 것처럼 피해자들을 속인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 A씨의 아버지는 서울 강남대로의 한 유명 건물 소유주였다.
2017년 11월 해외로 도피한 A씨는 피해자들의 고소로 기소중지 상태에 놓였다가 2020년 8월 귀국해 자수했다.
재판부는 “투자받거나 빌린 돈을 개인 채무나 별도 투자에 사용하면서 ‘돌려막기’한 것으로 보인다”며 A씨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다수이고, 편취액 규모나 내용을 볼 때 죄책이 매우 무겁다고 보인다”라고 질책했다.
다만 “모든 피해자와 합의를 마쳤고, 피해자들이 피고인에 대한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보였다”며 집행유예 선고 이유를 설명했다.
사기·횡령 등 경제범죄 사건에서는 피해 금액을 모두 갚고 피해자들과 합의하면 징역형을 선고하더라도 형의 집행은 유예하는 경우가 많다.
재판부는 선고를 마친 뒤 “집행유예 판결을 받은 건 본인이 잘해서가 아니라 가족이 합의를 위해 많이 노력했기 때문”이라며 “그 마음 때문에 피해자들이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보여서 선처받게 된 점을 잘 양지하라”고 당부했다.
노혜진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