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적한 시골인 충남 공주시 반포면 송곡리에 숲속의 잠자는 공주처럼 숨어 있는 풍경이다. ‘불장골 저수지’.
이곳의 가을 풍경은 환상적이다. 멋진 저수지의 물 반영과 새벽안개, 그리고 이른 아침 저수지에 비치는 빛 내림이 눈호강을 시킨다. 어둠이 여명에 자리를 내주면 잔잔한 수면 위로 아지랑이처럼 스멀스멀 안개가 피어오르고 그 너머로 저수지 정면에 원뿔처럼 우뚝한 메타세쿼이아 두 그루가 계절에 맞게 옷을 갈아입고 화려한 자태를 뽐낸다. 바로 옆 빨간 단풍나무와 황금빛 나뭇잎을 떨구는 은행나무, 주렁주렁 달린 감들도 가을 풍경을 더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왼쪽 산 능선 위에서 햇빛이 비치기 시작하면 저수지의 모습은 시시각각 변한다. 울긋불긋 가을옷을 입은 먼 산도 마지막을 불태운다.
글·사진=남호철 여행선임기자 hc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