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우유가 1ℓ 흰우유 소매 가격 인상폭을 200원대에서 확정할 예정인 것으로 파악됐다. ℓ 당 3000원은 넘기지 않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6개월째 5~6%대에 머무르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정부 눈치를 본 거 아니냐는 분석이다.
9일 유업계에 따르면 서울우유는 조만간 1ℓ 흰우유 소매 가격 인상을 단행할 계획이다. 현재 마트 기준 2710원인 1ℓ 흰우유 가격을 2900원대로 올리는 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가격 인상 자체는 확정된 일이었지만 인상폭이 예상보다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농림축산식품부와 낙농중앙회는 지난 3일 올해 원유 가격 인상폭을 ℓ 당 52원, 내년은 49원으로 확정·발표했다. 원유 가격이 올해는 ℓ 당 999원, 내년에는 996원이 되면서 가격 인상 요인이 발생했다.
지난해의 경우 낙농진흥회가 원유 가격을 ℓ당 21원 올렸을 때 1ℓ 흰우유 소매 가격이 평균 200원 올랐었다. 이를 감안할 때 올해는 500원까지 오르는 거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었다. 포장재 등의 가격이 오른 점도 이런 전망을 뒷받침했다. 우유 팩을 만드는 종이류, 우유 통을 만드는 플라스틱 등의 가격이 상승했다. 그렇지 않아도 제조단가가 오른 상태에서 핵심 원료인 원유 가격까지 큰 폭으로 뛰어오른 것이다. 하지만 서울우유는 당초 예상보다 적은 폭의 가격 인상을 단행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업계 1위인 서울우유가 가격을 소폭 올릴 경우 다른 유업계도 이를 준용할 가능성이 높다.
서울우유가 예상보다 적은 인상폭을 가져가기로 한 것은 정부 눈치보기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유업계 관계자는 “고물가를 우려하는 정부의 요청까지 있는 상태여서 서울우유가 1ℓ 흰우유 가격표가 3000원을 넘기는 것을 부담스러워 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미 오를 대로 오른 우유 가격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통계청 품목별 소비자물가지수에 따르면 우유 물가는 지난해 11월부터 지난 9월까지 11개월 연속 전년 동월 대비 6%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지난달 우유 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2.7% 오르며 상승 기세가 한풀 꺾이기는 했지만 오름세 자체는 이어지고 있다.
대신 국산 유제품 가격은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농식품부와 낙농진흥회는 내년 1월부터 치즈 등 기타 유제품에 쓰이는 가공유 가격을 ℓ 당 800원으로 확정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수입 유제품 대비 떨어지는 가격 경쟁력을 보완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