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청행사 갔다더니 집안일?…용산구청장, 거짓행적 논란

입력 2022-11-09 07:02 수정 2022-11-09 10:00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태원 참사 관련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이태원 참사 당일 경남 의령군의 초청으로 지역 행사에 다녀왔다던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사실은 집안 제사에 참석하기 위해 고향에 갔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8일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공개한 의령군 행사초청 공문에 따르면 이는 참사 전날인 지난달 28일 개막식에 참석해 달라는 초청 공문이었다. 박 구청장은 그러나 개막식 행사에 참석하지 않았고, 대신 축사영상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의령군의 초청을 받아 참사 당일인 지난달 29일 출장을 다녀왔다는 박 구청장의 해명과 배치된다.

앞서 박 구청장은 지난 7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현안질의에서 ‘참사 당일 동선을 얘기해보라’는 용 의원의 질의를 받고 “아침 6시30분에 의령으로 갔다”고 말했다. ‘왜 의령으로 갔나’라는 질문에는 “자매도시 초청방문으로 갔다”고 답했다.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이에 용 의원은 “박 구청장은 당일 시제가 있어서 새벽 6시쯤 용산역을 출발해 오전 11시쯤 경남 의령에 도착했다”며 “오후 2시쯤 의령군수를 만나 10분 정도 짧게 티타임을 한 후 오후 4시쯤 의령을 출발해 오후 8시20분 용산에 도착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자매도시 초청 방문이었다는) 해명 자체가 사실이 아니다”며 “의령군청으로부터 받은 공문을 보면 지난달 28일 행사 개막식에 초청했는데 (용산구청장은) 참석하지 못해 영상 축사를 보냈다. ‘집안일 때문에 의령에 가니 (간 김에) 군수님 얼굴 한번 보시죠’ 하고 티타임하신 것 아닌가”라고 추궁했다. 의령은 박 구청장의 고향이다.

이에 박 구청장은 “사실이 아니다. (의령군수와) 약속 시간을 먼저 잡고 내려갔다”며 개인 업무가 아니라 공무였다고 거듭 주장했다. 이어 “행사(축제)에 참석하지는 않고 면담만 하고 왔다”고 해명했다.

박 구청장이 오태완 의령군수를 만난 사실은 확인됐으나 두 지자체장이 왜 만났고 무슨 이야기를 나눴는지, 면담 외에 무엇을 했는지 등은 알려지지 않았다. 의령군 관계자는 “지난달 29일 용산구청장이 오셔서 군수님하고 환담을 하시고 돌아갔다”고 전했다.

국힘 윤리위, 오는 25일 회의…박 구청장 등 징계 검토

한편 용 의원은 박 구청장을 국민의힘 윤리위원회에 제소했다. 용 의원은 “박 구청장은 현직 구청장으로서 직무를 성실히 수행하지 않아 비극적인 참사를 예방하지 못했고 참사 이후 사회적으로 요구되는 진상규명도 방해하고 있다”며 “이런 행태가 당 윤리강령 및 규칙에 어긋남이 없는지 판단해 달라고 요구한다”고 밝혔다.

박 구청장은 국민의힘 서울시당 소속 당원이다. 국민의힘은 오는 25일 윤리위원회 회의를 열고 박 구청장 관련 안건을 논의할 방침이다. 앞서 논란이 된 박 구청장의 발언이 당 윤리규칙 제4조 품위유지 의무와 제6조 성실한 직무수행 의무 등을 위반했는지 살펴볼 예정이다.

지난달 29일 오후 인적이 드문 이태원 퀴논길을 걸어 집에 가고 있는 박희영 용산구청장. SBS 보도화면 캡처

참사가 발생하기 전 박 구청장이 현장을 두 차례 살펴봤지만 크게 위험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는 용산구청의 해명도 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의령 일정을 마치고 상경해 저녁 8시20분쯤 구청에 도착한 박 구청장이 귀갓길에 현장 인근을 스치듯 지나간 것일 뿐 제대로 살핀 게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박 구청장은 핼러윈을 앞두고 세 차례나 진행됐던 안전대책 회의에 한 번도 참석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참사 이후에는 “구청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은 다 했다”는 입장을 밝혀 공분을 산 바 있다.

이태원 참사를 수사하고 있는 경찰청 특별수사본부는 이날 용산구청을 압수수색했다. 지난 2일에 이어 두 번째로, 구청장실은 이번에도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됐다. 박 구청장의 책임은 조만간 진행될 경찰청 특수본 소환조사에서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