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장고의 시간’…공식일정 없이 ‘이태원 참사’ 수습책 고심

입력 2022-11-08 18:18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재난안전관리체계 점검 및 제도 개선책 논의를 위해 열린 국가안전시스템점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이태원 참사’ 수습을 위한 ‘장고(長考)의 시간’에 들어갔다.

국민 안전 문제와 관련해 추락한 정부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급선무다. 철저한 진상규명과 재발방지책 마련을 통해 민심의 분노를 잠재우는 것도 숙제다. 이상민 행정안정부 장관과 윤희근 경찰청장을 겨냥한 경질 요구에 대해 해법을 찾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과제다.

윤 대통령은 8일 공개 일정을 잡지 않고 기독교계·불교계 원로들을 잇따라 비공개로 만나 다양한 조언을 구했다. 윤 대통령은 앞으로도 다른 종교계 원로들을 만나 경청 행보를 이어갈 예정이라고 대통령실은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번주 내내 별도 공개 행보 없이 참사 수습책 마련에 몰두할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조만간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3(한국·중국·일본)’ 정상회의 참석 등을 위해 순방에 나설 것으로 전망되면서 출국 전까지 수습 방안을 내놓아야 하는 상황에 몰렸다.

윤 대통령은 이날 한남동 관저에서 출근한 뒤 바로 서울 강남구 봉은사를 방문해 봉은사 회주 자승 스님, 봉은사 주지 원명스님 등과 환담했다.

서울 서초동 사저에서 한남동 대통령 관저로 이사를 마친 윤석열 대통령이 8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에서 차량을 이용, 외부 일정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 대통령은 이후 용산 대통령실로 이동해 김장환 극동방송 이사장, 김삼환 명성교회 원로목사, 장종현 백석대학교 총장, 김태영 백양로교회 담임목사 등 기독교계 인사들과 오찬을 함께 했다. 부인 김건희 여사는 윤 대통령과 동행하지 않았다고 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국가적 비극을 극복하고 국민들이 다시 위안과 격려 속에서 화합하고 일어설 수 있도록 조언을 구하는 행보”라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당분간 공개 일정을 잡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향후 있을 종교계 원로들과의 만남도 모두 비공개로 진행될 예정이다. 다른 대통령실 관계자는 “기존 일정들이 참사를 이유로 대부분 취소됐다”며 “윤 대통령은 이번주까지는 공개 행보를 하지 않고 비공개 일정을 조용히 소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별도의 공개 메시지도 현재로선 예정돼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이 동남아 순방에 떠날 가능성이 높은 것도 변수다. ‘아세안+3’ 정상회의는 오는 10∼13일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는 15∼16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각각 열릴 예정이다. 윤 대통령은 동남아에서 열리는 두 정상회의에 참석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통령실은 이 장관과 윤 청장 등에 대한 경질 요구에 선을 긋고 있다. 그러나 참사 관련한 경찰의 수사나 진상규명 작업이 속도를 낼 경우 윤 대통령이 순방 전 인적쇄신을 단행할 가능성도 있다. 윤 청장은 교체하고, 윤 대통령의 최측근인 이 장관은 자리를 지키게 하는 방안도 논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희생자들을 애도하는 마음은 이제 진상규명으로 이어져야 한다”며 “어느 누가 책임을 져야 되는지에 대해 결과가 나오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