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례기간 하루뿐”…합동분향소에 놓인 영정사진 한 장

입력 2022-11-08 18:04
8일 오전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수원시 영통구 경기도청 1층에 마련된 이태원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에 헌화하고 있다. 경기도 제공. 뉴시스

경기도청사 1층 로비에 설치된 서울 용산 ‘이태원 핼러윈 참사’ 희생자들 합동분향소에 7일 밤 한 여성의 영정과 위패가 모셔진 사연이 전해졌다. 사진 속 20대 여성은 환한 미소와 손가락으로 ‘V’ 표시를 하고 있었다.

8일 경기도에 따르면 성남시에 사는 희생자의 어머니 A씨는 전날 ‘120경기콜센터’로 전화를 걸어 “합동분향소에 우리 아이의 영정사진을 놓아도 되느냐”고 문의했다.

A씨는 “경황이 없어서 주변 사람들에게 알리지 못했다. 이분들이 조문하고 싶다고 해 분향소를 생각하게 됐다”고 털어놨다.

지난달 말 설치된 분향소 제단 중앙에는 ‘이태원 참사 희생자’라는 공동 위패만 놓여 있었다. A씨의 연락을 받은 경기도는 전달받은 영정과 위패를 제단 중앙의 공동 위패 옆에 안치했다.

합동분향소를 관리하는 도청 직원은 “희생자의 영정을 볼 때마다 숙연해진다. 어머니의 아픈 마음이 오죽하겠나”라며 눈시울을 붉힌 것으로 전해졌다.

김동연 경기지사도 이날 페이스북에 ‘사진 한 장의 무게, 한없이 무겁습니다’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김 지사는 “분향소 추모로 일과를 시작하는데 오늘은 더욱 가슴이 먹먹하다. 어제까지 없던 환하게 웃는 영정사진 하나가 분향소에 놓여 있어서다”면서 해당 사연을 언급했다.

그는 “영정사진을 받으러 간 도청직원에게 어머니가 하신 말씀은 ‘막을 수 있는 사고였다. 국가의 책임이다’, ‘장례 기간이 실제로 하루뿐이었다’ 두 마디였다”며 “공직자의 한 사람으로서 한없이 부끄럽다”고 전했다.

김 지사는 “사랑하는 딸과의 이별 시간이 고작 하루였던 게 너무 아쉬워 영정사진을 분향소에 두고 싶었던 그 어머니. 스무 해 넘게 울고 웃었던 소중한 기억들을 그 한 장의 사진 속에서 보실 것”이라며 A씨를 위로했다.

아울러 “‘국가의 부재’로 일어난 참사 이후 ‘책임의 부재’가 이어지고 있다”며 “그 한 장의 사진이 주는 부끄러움, 안타까움, 책임의 무게가 한없이 무겁게 느껴진다”고도 덧붙였다.

이번 이태원 참사로 사망한 경기도민은 모두 38명이다. 경기도는 당초 국가애도기간인 지난 5일까지 운영할 예정이었던 도청사 합동분향소를 9일 오후 10시까지 연장해 조문객을 맞고 있다.

이주연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