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용산’에만 책임 묻는다면…국가는 왜 존재하나”

입력 2022-11-08 15:45
유승민 전 의원. 연합뉴스

유승민 전 의원은 8일 윤석열 대통령이 전날 국가안전시스템 점검회의에서 용산경찰서장, 용산구청장 등 용산을 관할로 둔 기관 책임자들을 질책한 것을 비판하며 “국가의 존재 이유는 무엇인지 다시 묻게 된다”고 말했다.

유 전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어제(7일) 윤석열 대통령이 국가안전시스템 점검회의에서 30분간 경찰을 질타하는 영상을 봤다”며 이처럼 말했다.

윤 전 의원은 윤 대통령의 발언을 그대로 옮겨 적었다. 윤 전 의원은 “‘엄연히 책임이라고 하는 것은 (책임) 있는 사람에게 딱딱 물어야 되는 거지, 막연하게 뭐 다 책임져라, 그건 현대사회에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대통령은 말한다”고 썼다.

유승민 전 의원 페이스북 캡처.

윤 전 의원은 “대통령의 말씀은 검사의 언어, 검사의 생각”이라며 “법률적으로 맞는지 몰라도 인간적, 윤리적, 국가적으로는 잘못된 말”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용산경찰서장, 용산소방서장, 용산구청장 등 ‘용산’ 공직자들이 줄줄이 입건됐다”며 “‘용산’에만 책임을 묻는다면 대한민국은 왜 존재하느냐”고 물었다.

유 전 의원은 BBC뉴스 영상을 본 뒤 참담했던 심정을 전하기도 했다.

유 전 의원은 “이태원 참사에서 살아남은 한 젊은이의 독백같은 이야기였다”며 “그 골목에서 절친과 떨어지지 않으려고 둘이 손을 꽉 잡고 있다가 기절했는데 깨어보니 친구는 이미 이 세상에 없었다고 한다”고 전했다.

이어 “한 번도 울지 않고 담담하게 하는 말이 가슴을 더 후벼팠다”며 “저 젊은이를 평생 괴롭힐지 모를 트라우마에서 구해내야 한다는 절박감이 마음을 짓눌렀다”고 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전날 국가안전시스템 점검회의에서 윤희근 경찰청장 면전에서 강하게 질책했다고 대통령실은 밝혔다.

윤 대통령은 “그 상황에서 경찰 권한이 없다는 말이 나올 수가 있나”, “사람이 많이 몰릴 것 같다는 정보를 일선 용산서가 모른다는 것은 상식 밖”, “왜 4시간 동안 물끄러미 쳐다만 보고 있었느냐 이거에요” 등 지적을 쏟아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서 이태원 참사 당시 “분명히 국가는 없었던 것”이라면서도 “용산 쪽의 치안을 담당하는 분들이 제대로 못 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