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환 광부들 “광산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다”

입력 2022-11-08 14:17
안동병원에서 나흘 째 치료중인 생환 광부들. 두 광부 모두 7일 받은 정신건강의학과 진료에서 외상후스트레스 장애(PTSD)를 진단받았다. 연합뉴스

경북 봉화 아연광산 매몰사고로 갱도에 고립됐다 221시간 만에 극적으로 생환한 두 광부 모두 정신건강의학과 진료에서 외상후스트레스 장애(PTSD)를 진단받았다.

둘 다 두드러기 등 발진 증상이 나타났고 제대로 잠을 자지 못하는 상황이다. 특히 작업 보조원 박 모씨는 수면제를 처방받기도 했다.

박정하 씨는 요통이 심해 이날부터 정형외과 진료를 받기로 했다.
또 박 모씨는 복도를 걸어 다닐 수 있게 됐으나, 안면부 부기가 심해 치료를 받고 있다. 그는 고립 기간 석회질이 섞인 지하수를 마시고 토하는 등 이상 증세를 보이기도 해 이로 인한 치료도 병행될 것으로 보인다.

안동병원 관계자는 8일 “수면장애와 가벼운 경련은 호전됐고 허리통증과 피부 발진은 치료중이다”며 “체중이 늘어나는 등 전체적으로 컨디션은 좋은 편”이라고 밝혔다.

후유장해 등에 대한 우려로 두 광부 모두 전원(다른 병원으로 옮김) 또는 퇴원을 최소 일주일 이후로 미뤄야 할 전망이라고 가족들은 전망했다. 두 광부의 보호자들은 안동병원에서 제공한 병원 내 공간에서 머물고 있다.

가족 중 일부도 심리치료가 필요한 상황이다. 광산 사고 현장에서 열흘 가까이 낮과 밤으로 현장을 지킨 탓이다.

가족 중 한 명은 “경북소방당국으로부터 심리치료를 약속받긴 했는데, 심리상담사가 나오거나 하는 조치가 없다”고 말했다.

경북도 관계자는 “아직 모두 입원 중이어서 도 차원에서 나서지 않았을 뿐, 요청을 묵살한 것은 아니다”라며 “퇴원 후 연락하도록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또 근로복지공단에 산업재해 신청을 마쳤다.

광부들 보호자들에 따르면 지난 5일부터 나흘째 안동병원에 입원 중인 두 광부는 7일 정오쯤 근로복지공단 영주지사 관계자 2명을 만나 면담한 뒤 산업재해 보상 신청 절차를 진행했다.

근로복지공단 영주지사 관계자는 “언론에서 보도가 많이 돼서, 두 광부가 신청하지 않았어도(우리가) 먼저 가서 신청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산업재해 보상 보험법에 따라 공단 측은 사업주인 광산업체(보험 가입자)에 재해 경위를 확인한 뒤, 업무상 재해인정 여부를 7일 내 결정해야 한다. 사업주인 광산업체 측이 결과를 통지 받으면 그날로부터 10일 이내에 의견을 제출하게 된다.

두 광부는 “광산 현장에는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가족과 지인들에게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정하 씨는 “광산에 다시는 일 하러 들어가고 싶지 않다”면서도 “동료 광부들의 노동권을 향상하고 근로 여건을 개선해야 한다면 직접 들어가서 목소리를 높이겠다”고 아들에게 말했다고 한다.

안동=김재산 기자 jskimkb@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