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명이라도 더 살리려 했는데”…소방관 트라우마는

입력 2022-11-08 14:17
오정일 동대문소방서장과 재난관리과장 및 예방과장이 1일 동대문구청 이태원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 동대문소방서 제공. 연합뉴스

소방공무원 노조가 이태원 참사를 계기로 인력 확충과 더불어 소방관들의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체계적으로 관리할 시스템을 확충하라고 8일 정부에 촉구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소방본부(이하 소방노조)는 ‘소방의 날’ 60주년을 하루 앞둔 이날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태원 참사 때 소방관들은 한 사람의 생명이라도 더 살리기 위해 노력했지만 역부족이었다”며 “정부는 이태원 참사를 반면교사 삼아 사회 안전 인력을 시급히 충원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사회는 대형화, 복잡화하고 있어 안전에 대한 국민의 요구도 높아지고 있다”며 “현 정부는 작은 정부를 추진하고 있지만 사회 안전에 대한 작은 정부론은 매우 위험하고 무책임한 발상”이라고 꼬집었다.

아울러 “소방관의 마음을 치유할 방안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소방노조는 “한 명이라도 더 살리기 위해 노력했지만 그렇지 못한 좌절감과 참혹한 현장은 소방관들의 기억 속 평생 지워지지 않을 트라우마를 남길 것”이라며 소방관의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PTSD)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센터가 없는 현실을 지적했다.

이어 “소방관 자살률이 어느 직업군보다 높은 것은 외상 후 스트레스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며 “소방관들은 재난 상황과 참혹한 현장 곳곳마다 주어진 임무를 묵묵히 수행해 왔지만 이러한 임무 수행은 소방관들의 기억 공간을 참혹하게 바꾼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PTSD는 소방관으로서 감내해야만 하는 희생이 아니다”며 국민적 관심과 정부의 관리 대책을 통한 종합적인 관리 방안을 마련할 것을 강조했다.

끝으로 소방노조는 소방관들이 국가적 재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 완전한 국가직으로 전환해야함을 주장했다.

소방관의 국가직 전환은 2020년 4월에 이뤄졌지만 후속으로 따라와야 할 법과 제도의 변화는 아직까지도 이뤄지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인사와 예산은 그대로 시·도지사에게 있고 신분은 국가직인데 소방공무원 신분증조차 바꿀 수 없다”며 “세월호, 이태원 참사 등 사회적 재난 대응에 지금과 같은 이원화된 지휘체계로는 역부족”이라고 비판했다.

이주연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