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2월 군부의 쿠데타로 시작된 ‘미얀마의 비극’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미얀마 민간 전략정책연구소인 ISP 미얀마가 지난달 28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군부의 폭정 탓에 그간 숨진 민간인이 최소 7158명에 달한다. 이들 가운데 2299명은 시위 중에 총에 맞거나 군부에 체포된 뒤 목숨을 잃었다. 지난달 12일까지 미얀마 각지에서 벌어진 무력 충돌은 7594건이나 된다. 군부의 유혈 진압이 이어지면서 미얀마엔 하루아침에 고아가 돼버린 아이도 부지기수다.
최근 웨슬리사회네트워크(단장 김찬호 목사, 사무총장 황윤선 장로)가 시작한 이색 프로젝트는 이처럼 기구한 상황에 처한 미얀마 아이들을 섬기기 위해 시작됐다. 웨슬리사회네트워크는 한국교회 성도들로부터 기증받은 중고 장난감을 미얀마 아이들에게 전달하는 행사를 열고 있는데, 그 중심엔 이 단체 사무국장인 이주헌(김포 무지개교회) 목사가 있다. 이 목사는 8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미얀마 아이들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을 보내고 싶었다”며 “한국교회의 많은 성도가 이 사역에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 목사가 ‘장난감 선물 프로젝트’를 떠올린 것은 지난 5월이었다. 당시 기독교대한감리회 중부연회는 전쟁과 군부 쿠데타로 각각 고통받는 우크라이나와 미얀마 국민을 위해 성금 총 1억원을 모아 현지에서 사역하는 선교사 등에게 전달했다. 전달식에서는 중부연회 감독이던 정연수 목사가 설교자로 나섰는데, 정 목사는 당시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었다고 한다. “아버지가 과거 보육원 원장이었는데, 보육원생들이 신기한 장난감을 갖고 놀 때가 많았다. 알고 보니 미국 교회에서 온 선물들이었다.”
이 목사는 설교를 듣고 이번엔 한국이 미얀마에 비슷한 사랑을 전할 기회라고 생각했다. 그는 미얀마에서 사역하는 선교사를 통해 선물을 보낼 수 있는 현지 보육원을 알아봤고, 양곤에 있는 보육원 2곳에 선물을 보내기로 결정했다. 배송 문제 탓에 너무 크거나 작은 장난감은 받지 않기로 했으며, 총이나 칼처럼 아이들에게 아픔을 상기시킬 수 있는 무기류 장난감은 기증품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이 목사는 지난 4일 그간 기증받은 장난감들을 상자 6개(총 100㎏)에 담아 ‘1차 선물’을 보냈다. 프로젝트는 오는 25일까지 계속된다. 이 목사는 “한국교회가 전하는 선물을 통해 미얀마 아이들이 누군가로부터 사랑을 받는 존재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