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당일, 압사 위험 신고가 쇄도하는 상황에도 태연하기만 했던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의 행적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참사 직전에는 식당에서 느긋하게 식사까지 했다.
이 전 서장은 이태원 참사가 벌어진 지난달 29일 용산 일대 집회 대응을 지휘한 뒤 오후 9시24분쯤 식사를 하기 위해 용산서 정보과장과 경비과장, 직원 등과 함께 용산서 인근의 한 설렁탕집에 갔다고 8일 조선일보가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들은 20여분간 식사를 했는데, 그사이 이 전 서장에게 이태원 현장이 ‘긴급 상황’이라는 보고가 올라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당시 식당 내부 CCTV를 보면 이 전 서장 등은 다급한 기색 없이 태연하게 식사를 마친 뒤 결제하고 식당을 나섰다.
식당에서 나온 이 전 서장은 관용차량을 타고 이태원 현장으로 향했다. 사고 발생 15분 전인 오후 10시쯤 사고 현장에서 도보 10분 거리인 녹사평역에 도착했으나 차량 이동을 고집하다가 현장에 뒤늦게 도착했다. 오후 11시쯤 차량에 내려서는 뒷짐을 지고 느긋하게 걷는 모습이 CCTV에 포착돼 논란이 된 바 있다.
경찰청 특별수사본부는 6일 이 전 서장을 직무유기,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하고 참사 대응 문제점에 대해 수사하고 있다. 특수본은 이 전 서장이 사고 발생 직후 현장에 도착했다고 상황보고서를 조작했다는 의혹과 관련해서도 해당 보고를 작성한 상황실 직원을 소환해 조사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