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옛날이여” BC카드, 10년만에 톱에서 꼴찌로 전락

입력 2022-11-08 00:04 수정 2022-11-08 00:04
서울 중구에 위치한 BC카드 사옥 전경

결제망 대여를 주력 사업으로 삼는 BC카드의 추락이 지속되고 있다. 10여년 전까지만 해도 연간 순이익 기준 현대카드와 엎치락뒤치락할 정도로 선방했으나 현재는 7개 전업 카드사 가운데 독보적인 꼴찌 실적을 기록 중이다. 현재 최대 고객사인 우리카드마저 이탈하면 실적 하락세가 더 짙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BC카드는 순이익 1016억원을 기록했다. 전업 카드사 7개사 중 상위권인 신한카드(6750억원) 삼성카드(5511억원) KB국민카드(4189억원)는 물론이고 꼴찌에서 두 번째인 우리카드(2007억원)와 비교해도 반 토막 수준이다.

BC카드의 이 같은 추락은 회사 입장에서 ‘아픈 손가락’이다. 10여년 전인 2013년에만 하더라도 BC카드는 순이익 1014억원을 기록하며 롯데카드(669억원), 하나SK카드(133억원)를 크게 제쳤다. 현대카드(1151억원)와 비교해도 우열을 가리기 힘든 수준이었다. 이후 10여년간 현대카드는 크게 성장해 지난해 순이익 3102억원을 기록, BC카드(1016억원)와 격차를 3배 이상 벌렸다.


BC카드의 성장이 정체된 핵심 원인으로는 가맹점에 결제망을 빌려주는 ‘올드 스타일’의 영업방식이 더이상 캐시카우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점이 지목된다. 이미 2010년대부터 NH농협은행과 하나SK카드 등 굵직한 고객사들이 BC카드 회원사를 조금씩 이탈하기 시작했다. 지난해에는 전북은행이 신용카드 프로세싱 업무 대행사를 BC카드에서 KB국민카드로 변경했다. 이달부터는 SC제일은행도 BC카드 결제망을 이용하는 신용카드의 신규 발급을 중단했다. 전업카드사들 중 유일하게 BC카드 망을 이용하는 우리카드마저 독자 결제망 구축에 나서고 있다. 사실상 최대 고객인 우리카드마저 떠나면 BC카드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될 전망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BC카드는 지난 수십년간 주력 사업으로 영위해온 결제망 제공 업무 위주 사업구조에서 벗어나려고 여러 수를 쓰고 있다. 국내 시장이 포화상태라는 판단에서 베트남, 인도네시아 동남아시아 지역을 위주로 ‘블루 오션’을 발굴하기 위한 투자를 꾸준히 늘리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블랙핑크 카드, 로스트아크 카드 등 자체 카드 상품을 내놓으며 수수료 수익을 확장하려 하고 있다. BC카드는 그간 회원사 카드와 경쟁 구도를 이루는 것을 우려해 자체카드 사업을 밀지 않았다. 하지만 총 수익 대비 비중을 보면 자체카드 수수료 수익이 1%에도 미치지 못하는 등 고군분투하는 모습이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