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도라의 상자’ 부가세 개편 연구하는 국세청, 물가 오를라 경계하는 기재부

입력 2022-11-08 06:00 수정 2022-11-08 06:00

국세청이 1977년 이후 단일세율로 유지돼 온 부가가치세율 제도 개편을 검토 중이다. 경감세율을 포함한 복수세율로 전환해 역진성을 완화하고 추가 세수를 확보하기 위함이다. 다만 기획재정부는 부가세율 개편이 물가 상승세를 심화시킬 수 있어 신중한 입장이다.

8일 기재부 등에 따르면 국세청은 지난 9월 ‘부가가치세 경감세율 도입을 위한 면세제도 개편 연구’ 용역을 발주했다. 경감세율 도입으로 복수세율 체계가 적용됐을 때의 세수 변화, 세무행정비용, 납세협력비용 등을 알아보기 위함이다.

현재 부가가치세율은 10%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 평균(19.3%)에 비하면 낮은 수준이다. 10%의 세율은 미가공식료품, 수돗물, 영유아용 기저귀, 분유 등 면세 대상을 제외한 모든 품목에 적용된다. 부가가치세는 소득에 관계 없이 모두에게 동일한 세율이 적용돼 역진적 조세 제도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부가가치세 경감세율도 역진성을 완화하기 위해 도입 필요성이 제기됐다. 재화의 사치성에 따라 차등세율을 적용할 수 있어 소득에 따른 역진성을 해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생활 필수재 품목에는 경감세율을, 사치품에는 표준 부가가치세율을 적용하는 식이다. 국회 입법조사처도 지난 8월 ‘2022년 국정감사 이슈 분석’에서 부가가치세의 역진성을 해소하기 위해 부가가치세 경감세율 도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이로 인한 부가세율 인상이다. 경감세율 도입으로 면세품목이 과세품목으로 전환되면 부가세율 인상 효과를 낼 수 밖에 없다. 세수 부족도 부가가치세 개편의 배경으로 꼽히는 만큼 부가가치세 표준세율 인상도 병행될 가능성이 높다. 국세청도 이같은 부분을 우려해 경감세율 도입으로 인한 부가가치세 표준세율 인상 가능성을 과업 내용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명시했다.

다만 세제 개편을 주관하는 기재부가 도입을 반대하고 있어 근시일내 개편은 어려울 전망이다. 부가세율이 인상되면 최종 소비자 가격이 올라 물가 상승세를 견인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정치적 부담도 무시할 수 없다.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는 부가가치세에 해당하는 소비세 세율을 인상했다가 지지율 하락을 경험했다. 소비가 위축되면서 2%대였던 경제성장률이 0%대로 하락하기도 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경감세율을 도입하면 현재 면세인 품목도 세금이 부과돼 물가를 끌어올릴 수 있다. 경감세율 도입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세종=권민지 기자 10000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