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조카 살인’ 유족, “盧 사망 희화화도 ‘유족 고통’ 인정”

입력 2022-11-07 16:06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과거 조카의 살인 사건을 ‘데이트 폭력’이라고 언급한 것과 관련해 손해배상 소송을 낸 피해자 유족이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유족에 대한 정신적 고통이 인정된 대법원 판례를 7일 법원에 제출했다. 유족이 ‘망인에 대한 추모 감정’을 침해 당해 입은 정신적 고통도 손해배상 대상에 포함된다는 취지의 판례다. 이 대표 측은 “명예훼손의 고의가 전혀 없었다”며 청구 기각을 요청했다.

피해자 유족 측은 소송을 대리하는 법무법인 찬종 이병철 변호사를 통해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준비서면을 서울중앙지법 민사28단독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유족 측은 “이 대표가 자신의 조카가 벌인 일가족 연쇄살인 사건을 단순 ‘데이트 폭력’으로 표현해 객관적 사실을 왜곡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당시 이 대표가) 기자들의 질문에 ‘변호사라서 변호했다. 그 질문은 이제 그만합시다’라며 짜증스럽게 대꾸하는 등 사과의 진정성을 인정하기 어렵고 현재까지도 직접적인 사과를 전혀 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유족 측은 노 전 대통령을 비하한 내용이 담긴 시험문제를 출제한 대학교수에 대해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례도 참고자료로 냈다. 2015년 당시 홍익대 법대 A교수는 노 전 대통령의 사망을 희화화한 문제를 출제했고, 노 전 대통령 아들 건호씨는 A교수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대법원은 2018년 12월 “유족이 망인에 대한 추모 감정을 형성하고 유지함에 있어 외부로부터 부당한 침해를 입는 것은 행복추구권의 실현을 방해하는 요소에 해당한다”며 A교수가 유족에 500만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이 대표 측은 지난 4일 A4용지 2장 분량의 준비서면을 통해 “명예훼손의 고의가 전혀 없었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이 대표 측은 “‘데이트 폭력 중범죄’라는 표현은 한 때 연인 사이였던 남녀 사이에 발생하는 특정한 유형의 폭력 행위를 축약한 표현”이라며 “피해자 혹은 유족에 대한 명예훼손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이어 “과거는 물론 소송 제기 이후에도 연인 사이였던 남녀 간의 살인 사건을 ‘데이트 폭력 중범죄’라고 표현한 경우가 종종 있었다”며 “다만 처참했던 사건을 다시 떠올려야 했던 유족에 대해 다시 한번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 조카 김모씨는 2006년 5월 자신과 결별한 A씨 자택을 찾아가 A씨와 그의 모친을 흉기로 찔러 살해했다. 이 대표는 김씨 사건의 1, 2심을 맡아 ‘김씨가 범행 당시 심신미약 상태였다’는 취지로 변론했다.

지난해 대선 경선에서 조카 변론 사실이 논란이 되자 이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제 일가 중 1인이 과거 데이트폭력 중범죄를 저질렀다’고 적었다. 이에 A씨 부친은 “일가족 연쇄 살인 사건을 단순 데이트폭력으로 표현해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며 1억원 상당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