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년이 흐른 뒤 군인 아들의 순직을 인정받은 유족에 대해 사망 당시가 아닌 보훈 보상자 등록 신청 일을 기준으로 유족급여를 지급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0단독 최기원 판사는 A씨 모친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1심에서 최근 원고 패소 판결했다.
A씨는 1991년 공군에 입대했지만 병영 내 구타 및 가혹행위에 시달리다 이듬해 5월 극단적 선택을 했다. 하지만 군은 A씨를 공무와 무관하게 사망한 사람을 의미하는 ‘기타 비전공상자’로 분류했다. A씨 모친은 2006년부터 군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국민권익위원회, 서울지방보훈청, 국방부 조사본부 등에 아들의 사망을 순직으로 인정해달라고 요청했지만 10년이 넘도록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A씨가 순직을 인정받은 것은 지난 2017년이었다. 국방부 중앙전공사상심사위원회는 그해 4월 “망인의 사망은 공무와 상당히 인과관계가 있다”며 순직을 인정했다.
순직을 인정받았으나 서울지방보훈청은 보훈보상자법에 따라 유족에게 A씨 보상자 등록 신청이 있었던 2017년 6월분부터 유족급여를 지급했다. 보훈보상자법은 ‘보상을 받을 권리는 보상자 등록 신청을 한 날이 속하는 달부터 발생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A씨 모친은 아들이 사망한 1992년 6월을 기준으로 유족급여를 다시 계산해야 한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유족급여 1억6372만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지방보훈청이 2017년 뒤늦게 아들의 사망을 순직으로 판단한 점을 고려하면 이 사건 최초 처분 당시 공무원들의 직무상 과실이 명백하다는 이유였다.
A씨 측은 “사망 직후 순직으로 인정돼 보훈 보상대상 유족으로 등록된 경우와 달리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받고 있다”며 관련 법 조항이 위헌이라고도 했다.
재판부는 유족급여 관련 서울지방보훈청 결정이 정당하다고 보고 A씨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 조항이 위헌이라는 주장도 기각했다.
재판부는 “보훈보상대상자에게 지급할 구체적인 보상의 내용은 국가의 재정부담 능력과 전체적 사회보장 수준에 따라 정해질 수 밖에 없다”며 “보훈보상자법 조항이 대상자에게 등록 신청일이 속한 달 이후 보상금만 지급하도록 규정한 것은 지급대상자 범위 파악의 용이성, 국가의 재정 상황 등 입법정책적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것”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2017년 순직 결정은 의학적 소견 등 이 사건 최초 처분 당시보다 보완된 심의자료를 토대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며 “당시 공무원들이 객관적 주의의무를 위반해 정당성을 상실한 처분을 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