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 특별수사본부가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 등 경찰 간부 4명과 박희영 용산구청장, 최성범 용산소방서장 등 6명을 업무상과실치사상 등의 혐의로 입건했다.
특수본은 현장 책임자였던 이 전 서장과 서울청 상황관리관이었던 류미진 총경에게 업무상 과실치사상 및 직무유기 혐의로 입건했다고 7일 밝혔다. 특수본은 이 전 서장의 참사 당일 동선과 관련해 용산서 상황실 근무자를 소환 조사할 예정이다. 또 참사 당일 ‘오후 10시20분 현장 도착’이라고 적힌 경찰 상황보고서 내용이 허위인지, 허위라면 왜 허위로 작성했는지 경위도 조사할 예정이다.
인파 관련 정보 보고서 삭제 의혹을 받고 있는 용산경찰서 정보과장과 정보계장에게는 업무상 과실치사상 외에도 직권남용과 증거인멸 혐의가 추가로 적용됐다. 특수본은 용산서 소속 정보관의 컴퓨터에 저장된 정보보고서 한글파일 문서가 삭제된 사실을 확인했고, 회유 정황도 파악했다고 설명했다. 특수본에 따르면 해당 보고서는 경찰 첩보 관리시스템에 정상적으로 등록됐고, 72시간이 지나 시스템상 자동으로 삭제됐다고 한다. 다만 “이미 파일이 삭제됐으니 보고서를 작성하지 않은 것으로 하자”는 내용의 회유 정황이 확인됐다고 했다. 특수본은 회유의 주체 및 정황을 구체적으로 조사하고 있다.
박 구청장과 최성범 용산소방서장도 특수본의 수사를 받게 됐다. 두 사람에게도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가 있는 것으로 특수본은 보고 있다. 용산구청의 경우 이태원 일대 인파 밀집이 예견 가능한 상황이었는지, 제대로 된 대책을 수립했는지 등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용산소방서를 상대로는 당시 신고 처리가 적절했는지, 소방 안전대책 상 임무를 제대로 수행했는지 등을 조사 중이다.
사고 원인을 제공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이른바 ‘토끼머리 띠 남성’에 대해서는 무혐의로 조사를 마쳤다. 이 밖에 아보카도 오일을 거리에 뿌린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각시탈’에 대해서는 조사 결과 오일이 아닌 술을 뿌린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소환 조사를 거쳐 최종적으로 혐의 유무를 판단할 계획이다.
김판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