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를 계기로 그동안 부실하게 적용됐던 지역축제 안전 관리를 다중 인파 사고와 장소, 유형별 등 세부적이고 강화된 지침을 마련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이 같은 여론에 따라 정부가 오는 10일부터 다중이용시설에 대한 긴급 안전 점검에 돌입하고, 경남지역 국회의원이 이태원 참사 재발 방지를 위한 법률안을 발의하는 등 안전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있다.
김영선 국민의 힘(경남 창원 의창구) 의원은 7일 대규모 인원이 예상되는 축제와 행사에 안전 의무를 부과하는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이 발의한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개정안은 안전관리 계획 수립과 조치에 1㎡당 3~4명의 밀도인 경우, 주의 또는 경고토록 했다. 또 1㎡당 5~6명은 경고 방송 및 안전관리 요원 배치, 차량 통제 및 바리케이드 설치 등 구획화로 군중 밀도를 감소시키고, 압사 대비 등 필요한 비상 공간 확보 방안을 마련토록 했다.
이번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주최자가 없는 지역축제의 경우에도 관할 시장 군수 구청장이 원활한 지역축제 진행을 위해 안전관리 계획을 수립하고, 안전 관리에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다.
이에 앞서 현행 안전관리 정부안에는 최대 관람객 1000명 이상, 산이나 수면에서 열리고, 불이나 가스 등 폭발성 물질을 사용하는 경우 안전 관리 계획 심의를 거치도록 하고 있다. 안전 계획에는 예상 인원, 각종 사고와 예방책, 안전 인력 배치, 피난 대책 등이 담긴다.
그러나 경남도 내 지 자체 대다수가 축제 안전 관리 계획 심의를 실무위에 맡기거나 심지어 서면으로 해도 된다고 정해뒀다.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 따라 이 계획 수립은 단체장 의무사항이다.
창원에서는 오는 9일까지 ‘마산국화축제’가 열리고 있다. 시는 축제기간 전국에서 150만명 가량이 찾을 것으로 예상하고, 교통상황실 셔틀버스 운행, 2800대 수용 가능한 주차장 마련 등 특별교통대책을 마련했다.
그러나 정작 수많은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되는 축제에 안전 관리 대책은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실제 축제 현장에는 경찰 기동대, 모범운전자회 회원 등이 교통혼잡 해소 활동만을 하고 있을 뿐이었다.
창원은 내년 전국에서 최대 규모로 열리는 진해 군항제 등 큰 행사가 줄줄이 이어진다. 그럼 에도 창원시 안전관리위원회 조례에는 실무위 회의는 재적 위원 과반 출석과 출석위원 과반 찬성으로 의결한다고만 돼 있다.
해양 축제가 많은 통영시는 시 안전관리위원회 운영조례와 관련해 ‘실무위원회 심의 사항은 시 안전관리위원회 심의를 거친 것으로 본다’고 규정할 수 있는지를 법 제처에 물었으나 바람직하지 않다는 답변을 받았다.
또 심의 자체도 생략하고 서면으로 심의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둔 지 자체도 있었다. 진주시는 지역 축제의 안전관리 계획은 관련 위원만으로 심의할 수 있으며, 실무위원장이 필요 할 경우 서면 심의 할 수 있다고 돼 있다.
경남도는 지난 2009년 2월 창녕군 대표 축제 중 하나였던 ‘화왕산 억새 태우기’에서 7명이 사망하고 81명의 부상자가 발생한 대형 참사를 계기로 시·군 축제 안전대책 매뉴얼을 만들고자 자료를 취합한 바 있다.
당시 축제 장소 유형별로 안전 지침을 만들고 자치단체 조례에도 담아야 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하지만 현재 경남도는 현장대응 지침을 따로 만들지 않고 정부 매뉴얼에만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도 사회재난과 담당자는 “창녕 ‘화왕산 억새 태우기’ 참사 2개월 후 총리실 주관 지역축제안전관리 개선대책 수립회의를 통해 만들어진 매뉴얼을 따르고 있다”며 “축제와 관련, 상세한 대응 지침이 있어 따로 매뉴얼을 만들 필요성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한 도민은 “경남은 바다에서 열리는 행사가 많아 수상 사고 안전 관리에 중점을 두고 대책을 세우는 등 지역 특성에 맞춘 대응 매뉴얼이 있어야 한다”며 “일률적인 정부 대응책보다 현장 상황에 맞는 매뉴얼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각 시·군 안전관리위원회 운영조례 대부분이 만들어진 지 13년이 지난 정부 지침에 의존한 실무위를 운영하거나 서면 심의 허용 등 부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다중 인파 사고 TF 구성과 장소, 유형별 자세하고 강화된 지침의 필요성이 지적되는 이유다.
창원=강민한 기자 kmh010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