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서면의 한 오피스텔에서 지난 5월 일면식도 없는 남성에게 무차별 폭행을 당한 20대 여성이 피의자의 엄벌을 촉구하고 나섰다.
7일 온라인에 따르면 피해자 A씨는 지난 5일 온라인 커뮤니티 네이트판에 ‘12년 뒤, 저는 죽습니다’라는 제목의 장문의 글을 올렸다. 그는 “올해 5월 서면에서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 6번 머리를 짓밟히고 사각지대로 끌려간 살인미수 피해자”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해당 사건 피의자인 30대 남성 B씨는 최근 1심에서 징역 12년을 선고받았다. 부산지법 형사6부(부장판사 김태업)는 지난달 30일 살인미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B씨에게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B씨를 숨겨준 혐의(범죄은닉 등)를 받는 B씨의 여자친구 C씨는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B씨는 지난 5월 22일 오전 5시쯤 귀가하던 A씨를 길에서 10여분간 쫓아간 뒤 부산 진구의 한 오피스텔 공동현관에서 폭행한 혐의를 받는다.
판결문에 따르면 B씨는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A씨의 뒤로 다가가 그의 머리를 발로 돌려찼다. A씨가 벽에 머리를 세게 부딪힌 뒤 바닥에 쓰러지자 B씨는 A씨의 머리를 모두 5차례 발로 세게 밟았다. 이후 B씨는 정신을 잃은 A씨를 CCTV 사각지대로 끌고 간 뒤 여자친구 집으로 도주했다.
폭행으로 인해 A씨는 8주 이상의 치료가 필요한 외상성 두개내출혈과 영구장애가 우려되는 오른쪽 다리의 마비 등 심각한 상해를 입었다. B씨는 재판에서 폭행 사실은 인정하나 살해 의도는 없었으며 당시 술에 만취해 심신미약 상태였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A씨는 글에서 “저는 아무런 기억을 하지 못한다. 해리성기억상실 장애로 사고 관련 기억이 전혀 없다”면서 “눈을 뜨니 병원이었다. 병원에서 있었던 2~3일 정도의 기억 또한 없다. 그런데 모르는 사람에게 구타당해 머리에 피가 흐르고 오른쪽 다리에 마비가 왔다”고 토로했다.
A씨는 당시 기억이 없어 CCTV와 자료를 기반으로 말하겠다면서 “머리를 뒤돌려차기로 맞은 뒤 엘리베이터 벽에 부딪혀 쓰러졌다. 총 6차례 발로 머리를 맞았는데, 5회째 맞았을 때는 제 손도 축 늘어져 의식을 잃은 상태였다. 어린시절 축구선수를 꿈꿨다는 경호업체 직원(B씨)의 발차기는 엄청난 상해로 이어졌다”고 했다.
A씨는 CCTV 사각지대에서 성폭력을 당했을 가능성이 있다고도 언급했다. 그는 “(사각지대로 끌려간 뒤) 8분 동안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모른다. (다만 병원 이송 후) 바지 지퍼가 열려 있었고, 오줌에 젖어 있었다. 바지를 끝까지 내려보니 오른쪽 종아리에 팬티가 걸쳐 있었다고 한다. 응급상황이 끝난 뒤 속옷과 옷을 증거로 제출했으나 성폭력과 관련해선 DNA 채취 등 조사를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어 “B씨는 여자친구 C씨의 집으로 도주한 뒤 C씨에게 옷을 빨아 달라고 했다더라. 경찰에게 거짓말을 하라고도 시켰다고 한다”며 “당시 B씨는 C씨의 휴대전화로 인터넷 검색을 하기도 했는데, 여기서 성범죄에 대한 확신이 들었다. 포렌식 검사 결과 ‘서면살인’ ‘서면살인미수’ ‘서면강간’ ‘서면강간미수’ 등을 검색했더라. 본인의 손가락으로 자백한 거 아닌가 싶다”고 주장했다.
A씨는 “검찰은 징역 20년을 구형했지만 1심 재판부는 8년이나 형을 줄여 12년을 선고했다. 범인이 폭행을 인정했기 때문이라고 한다”며 “CCTV에 다 찍혀 있는데 부정하는 피고인이 어디 있나. 범인은 아직도 살인미수에 대해서는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B씨의 재범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A씨는 “B씨는 당시 여자친구가 면회를 오지 않고 헤어지자 했을 때부터 협박편지를 수차례 보냈다. A4용지에 그렇게 많은 욕이 담긴 건 처음 봤다. 자신이 (C씨의) 주민번호를 알고 있다며 ‘너는 내 손안’이라며 협박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이어 “프로파일러 보고서에도 재범 위험성이 큰 것으로 분석됐고, 사이코패스 검사로 알려진 PCL-R에서도 점수가 높게 나왔다”면서 “B씨는 긴 머리에 하얀 구두를 신고 있던 저를 ‘처음에는 여자인지 몰랐다’고 허무맹랑한 주장을 하고, 성과 관련된 질문은 이상하리만큼 부인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A씨는 “사건 이후 1달여가 지난 뒤 기적적으로 마비가 풀렸다. 하지만 여전히 길을 걸을 때 불안하고 수면제를 먹지 않으면 2시간마다 잠을 깬다”면서 “B씨가 반성문에 ‘합의금을 할부로라도 갚겠다’고 적었다는데, 우리 가족은 1조원을 줘도 안 받을 거라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검찰은 형이 적다며 항소했고, 범인은 형이 많다며 항소했다. B씨는 아예 반성하지 않는 모습이다. 재판장에 올 때마다 몸집이 커져간다”면서 “이렇게 증거가 넘치는데 범인은 12년 뒤에 다시 나온다. (그때도) 고작 40대다. 뻔한 결말에 피해자인 저는 숨이 턱턱 조여온다. 사회악인 이 사람이 평생 사회에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이와 관련해 경찰 관계자는 7일 “당시 성폭력과 관련해 속옷 등에 대해 DNA 검사를 다 했다”며 A씨가 성폭력을 당했을 가능성을 열어두고 조사를 마쳤다는 입장을 밝혔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