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에서 손 놓아야 대장부”… 경찰청장 카톡 배경 ‘시끌’

입력 2022-11-07 04:23 수정 2022-11-07 09:42
윤희근 경찰청장(왼쪽 사진)이 지난 5일 오후 1시쯤 카카오톡 프로필 배경 사진에 ‘득수반지미족기 현애살수장부아(得樹攀枝未足奇 懸崖撒手丈夫兒) 수한야냉어난멱 유득공선재월귀 (水寒夜冷魚難覓 留得空船載月歸)’라는 문구를 찍어 올렸다. 이를 두고 직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심정을 드러냈다는 반응이 나왔다. 연합뉴스, 카카오톡 화면 캡처

윤희근 경찰청장이 ‘벼랑 끝에 매달렸을 때 손을 놓을 줄 알아야 대장부’라는 뜻의 글귀를 카카오톡 배경화면으로 올렸다. 이태원 참사에 대한 경찰 책임론이 불거진 상황에서 직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심정을 드러낸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지금이 SNS를 할 때인가”라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윤 청장은 지난 5일 오후 1시쯤 카카오톡 프로필 배경 사진에 ‘득수반지미족기 현애살수장부아(得樹攀枝未足奇 懸崖撒手丈夫兒) 수한야냉어난멱 유득공선재월귀(水寒夜冷魚難覓 留得空船載月歸)’라는 문구를 찍어 올렸다.

이는 ‘나뭇가지를 잡는 것은 족히 기이한 일이 아니고 벼랑에서 손을 놓아야 비로소 대장부다. 물은 차고 밤도 싸늘하여 고기 찾기 어려우니 빈 배에 달빛만 가득 싣고 돌아오도다’라는 뜻이다. 중국 송나라 선사 야부도천이 지은 게송(부처의 공덕이나 가르침을 찬탄하는 노래)으로, 백범 김구 선생이 거사를 앞둔 윤봉길 의사에게 ‘내려놓음의 결단’에 대해 이야기하며 이 선시를 인용했다고 알려졌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지난 5일 3차례에 걸쳐 카카오톡 배경화면을 바꿨다. 카카오톡 화면 캡처

윤 청장은 원래 오전 11시쯤 한글 설명 없이 한자 어구만 있는 버전을 올렸다가 2시간 뒤에 뜻이 적힌 버전으로 프로필 사진을 바꿨다. 이후 오후 5시45분 쯤에는 다시 석탑 사진으로 배경을 바꿨다. 하루에 3차례 바꾼 것이다.

이를 두고 경찰 책임론이 강하게 제기되는 상황에서 직에 매달리지 않겠다는 자신의 의중을 드러낸 것이란 반응이 나온다. 하지만 경찰 내부 일각에서는 “소셜미디어 할 때냐”라는 비판도 나온다.

앞서 윤 청장은 지난달 29일 이태원 핼러윈 참사 때 충북 제천 한 캠핑장에서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가 사고 발생 약 2시간 만에 상황을 보고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날 윤 청장은 등산 후 직원들과 저녁자리를 가진 뒤 11시에 잠이 들었다. 경찰청 상황담당관이 문자와 전화로 두 차례 보고하려 했지만 잠을 자고 있어서 인명 피해가 생겼다는 내용을 뒤늦게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