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윤상의 세상만사] 고위공직자의 한심스러운 공감능력

입력 2022-11-06 21:37

기성세대라면 누구나 중고등학교에서 IQ, 즉 지능지수 테스트를 받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IQ는 머리가 얼마나 좋은지를 수치로 나타낸 것이다. IQ 결과가 높게 나온 아이들은 의기양양했고, 낮게 나온 아이들은 좌절감에 휩싸이거나 심지어 놀림감이 되기도 했다.

IQ가 높은 사람은 사회생활에서도 분명 유리한 위치에 놓이게 된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세월 동안 IQ가 성공의 절대적인 지표가 되었다. IQ가 높은 사람은 좋은 대학에 갔고 좋은 회사에 취직했으며 고시에 합격해서 나라의 정책이나 다른 사람의 운명을 결정했다. 현재의 대통령, 국무총리, 행정안전부장관도 높은 IQ 때문에 탄탄대로를 달려 그 자리에 오를 수 있었으리라.

그런데, IQ는 높은데,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감정을 공유하는 능력, 즉 ‘공감능력’이 떨어지는 사람이 리더인 사회는 어떻게 될까. 이태원 참사와 같은 충격적이 대형참사가 발생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판사 출신인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이태원 참사 발생 직후 “경찰과 소방을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었다. 평소보다 많은 인파가 몰린 것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유족과 시민들의 슬픔을 공감하기는커녕 책임을 회피하기에 바쁘다.

고위 관료 출신인 한덕수 국무총리는 외신 기자회견에서 “누구의 잘못도 아닌 것 같은 이런 상황에서 한국 정부 책임의 시작과 끝은 어디라고 보는가”라는 한 외신기자의 질문에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지는 건 정부의 무한 책임”이라고 답하면서도 동시통역 기기 음성 전송에 문제가 생기자 “잘 안 들리는 것을 책임져야 할 사람의 첫 번째와 마지막 책임은 뭔가요”라고 웃으며 농담을 했다. 국민은 트라우마를 겪을 정도로 아파하고 슬퍼하고 있는데, 일인지하 만인지상의 자리에 있는 공직자가 웃으며 농담이나 하고 있을 일인가.

시민들은 ‘우리들 책임입니다. 미안합니다’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고 또 미안합니다’라고 자책하면서 깊은 슬픔에 빠져 있는데, 주무부처 장관은 발뺌하기 바쁘고 국무총리는 농담이나 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대통령은 유족들 심정을 헤아리고 하는지 2차 가해자라고 볼 수도 있는 이상민 장관을 대동하고 조문에 나서기도 했다. 공감능력 부재에 있어서는 도긴개긴으로 보인다.

공감(共感)이란 ‘같은 느낌’이란 뜻이다. 타인과 같은 느낌을 갖는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를 바르게 이끌어 가야 할 고위공직자에게는 반드시 필요한 능력이다. 이런 능력이 결여된 고위공직자는 지시와 명령을 주요한 통제 수단으로 삼으려 할 것이다. 지시와 명령을 마음으로부터 따를 시민은 없다. 결국, 시민은 공직자를 불신하게 되고 공직자는 더욱 강한 통제 수단을 사용하는 악순환의 반복에 빠지게 되어 종국에는 사회 전체의 혼란만 야기할 뿐이다.

‘맹자-양혜왕 하’에서 맹자는 제나라 선왕에게 백성을 생각하라고 충고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임금이 백성의 즐거움을 보고 즐거워하면 백성도 임금의 즐거움을 즐거워하고, 임금이 백성의 근심을 근심하면 백성도 임금의 근심을 근심합니다. 온 천하 백성들과 함께 즐거워하며, 온 천하 백성들과 함께 근심을 하고도 왕도정치를 하지 못하는 자는 없습니다”

*외부 필자의 기고 및 칼럼은 국민일보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엄윤상(법무법인 드림) 대표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