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전략폭격기 B-1B ‘랜서’가 5년 만에 한반도에 전개됐다. 북한이 최근 미사일 발사와 포사격, 대규모 시위 비행 등으로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는 데 대해 한·미가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발신한 것이다.
한·미 군 당국은 연합공중훈련 ‘비질런트 스톰(Vigilant Storm)’ 기간을 이례적으로 하루 연장했고, 당초 참여 계획이 없었던 B-1B를 훈련 마지막 날에 투입했다.
6일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미 공군 B-1B 2대는 ‘비질런트 스톰’의 일환으로 5일 한반도 상공에서 미 공군 F-16 4대, 한국 공군 F-35A 4대와 함께 연합훈련을 실시했다. 합참은 “B-1B가 한반도에 전개해 비행한 것은 2017년 12월 이후 처음”이라며 “북한의 어떠한 도발에도 단호히 대응하겠다는 한·미 연합방위태세와 미국의 강력한 확장억제 의지를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B-1B는 미국의 3대 전략폭격기 중 가장 빠르고, 가장 많은 무장을 탑재할 수 있다. 최고 속도는 마하 1.25(음속 1.25배)로 유사시 괌 미군기지에서 한반도까지 2시간 내 전개될 수 있다. 핵무기가 탑재돼 있지는 않지만 B-52(32t), B-2(23t) 등 다른 폭격기보다 월등히 많은 폭장량(56.7t)을 자랑한다.
북한은 대규모 한·미 공중연합훈련에 대해 격렬하게 반발했다. 훈련 기간(10월 31일~11월 5일) 중 북한이 쏜 미사일만 35발에 이른다. 1980~90년대 전력화를 마친 스커드 계열의 구형 미사일까지 쐈다. 또 북한은 4일 군용기 항적 180여개를 노출하며 공대지 사격·폭격 훈련을 벌이는 등 공군력을 총동원해 ‘비질런트 스톰’에 맞대응했다. 이번 한·미 연합공중훈련이 김정은 국무위원장 등 북한 수뇌부를 직접 겨냥한 훈련이라는 점에서 북한이 극도로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는 해석이 나온다.
북한의 잇단 도발 배경에 중국의 ‘묵인’이 있다는 분석도 있다. 북한은 5일 중국 단둥에서 불과 20㎞ 떨어진 평안북도 동림 일대에서 서해상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4발을 발사했다. 북한이 북·중 접경 지역에서 중국 선박이 몰려 있는 서해를 향해 미사일을 쏜 것은 중국과의 사전 협의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에 결국 북·중 간 밀월 관계를 과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 7차 핵실험의 분수령이 될 시점으로 꼽히는 미국 중간선거(현지시간 8일)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이 지금 속도전을 펼치고 있고 자신들의 모든 자산을 전면적으로 다 투입하고 있다”며 “비용을 상당히 치르는 국면이라 결국 머지않은 시점에 핵실험으로 도발의 정점을 찍을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위성락 전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도 핵실험은 불가피한 수순이라면서 “핵실험 타이밍은 미국 중간선거 결과를 보고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우진 신용일 기자 uz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