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진 애인에게 하루에 10통씩 전화를 하는 등 집요하게 연락했더라도 상대방이 받지 않았다면 스토킹법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인천지법 형사9단독(정희영 판사)은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50대 남성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A씨가 전화를 걸었지만 전 애인 B씨가 통화를 하지 않았다”면서 “상대방 전화기에 울리는 벨 소리는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상대방에게 송신된 음향으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B씨 휴대전화에 부재중 전화가 표시됐더라도 이는 휴대전화 자체 기능에서 나오는 표시에 불과하다”면서 “A씨가 B씨에게 도달하게 한 부호에 해당한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A씨는 지난 3월 26일부터 6월 3일까지 B씨에게 반복해서 전화를 걸거나 문자메시지를 보내 스토킹을 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그는 주로 자신의 휴대전화 번호가 상대방에게 노출되지 않는 발신 표시 제한 기능을 이용해 전화를 걸었고, 영상 통화를 시도했다. 하루에 4시간 동안 10차례 연속으로 전화를 건 적도 있었고 B씨는 아예 받지 않았다.
앞서 법원은 지난 4월 A씨에게 B씨 집에서 100m 이내로는 접근하지 말고 휴대전화 등을 이용해 ‘음향이나 부호 등 송신 행위’를 하지 말라는 잠정조치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A씨는 이후에도 커피 사진과 함께 ‘사랑차 끓이는 법’이라는 문구나 자신의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B씨에게 보냈고, 그의 직장 주차장에 찾아가기도 한 혐의를 받는다.
현재 스토킹 범죄는 피해자가 원하지 않으면 가해자를 처벌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다. 법무부와 정치권은 지난 9월 ‘서울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이 발생한 이후 스토킹법의 반의사불벌죄 조항을 삭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나경연 기자 contes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