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착] 다시 켜진 촛불…한마음으로 이태원 참사 추모

입력 2022-11-06 06:59 수정 2022-11-06 10:57

이태원 참사 1주일째이자 국가애도기간 마지막 날인 지난 5일 서울 도심에서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한 촛불이 켜졌다. 진보 성향의 단체인 촛불승리전환행동(촛불행동)은 정부의 책임을 규탄하기 위해 촛불을 들었고 보수 성향 단체인 신자유연대는 참사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면 안 된다는 이유로 촛불을 밝혔다. 그러나 이들 모두 참사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었다.

6일 경찰 등에 따르면 촛불행동은 전날 오후 5시부터 서울지하철 2호선 시청역 7번 출구 앞부터 숭례문 로터리 앞 도로에서 ‘이태원 참사 희생자 추모 시민 촛불’ 집회를 열었다. 경찰은 당초 5000명이 참석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주최 측은 집회 직전인 오후 4시50분 기준 2만명이 참가했다고 추산했다.

5일 시청역 인근에서 핼러윈데이 이태원 참사 희생자 추모 및 정부 규탄 촛불집회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5일 시청역 인근에서 핼러윈데이 이태원 참사 희생자 추모 및 정부 규탄 촛불집회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5일 시청역 인근에서 핼러윈데이 이태원 참사 희생자 추모 및 정부 규탄 촛불집회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5일 강원 춘천시 팔호광장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희생자 추모 촛불집회'에서 한 시민이 눈물을 훔치고 있다. 연합뉴스

5일 서울 중구 시청역 인근 도로에서 촛불행동 주최로 열린 '이태원 참사 희생자 추모 시민 촛불' 집회에서 참가 시민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뉴시스

5일 강원 춘천시 팔호광장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희생자 추모 촛불집회'에서 시민들이 촛불로 '밝혀줄께(밝혀줄게)' 문구를 만들고 있다. 연합뉴스

5일 강원 춘천시 팔호광장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희생자 추모 촛불집회'에 마련된 현장 분향소에서 시민들이 애도를 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5일 서울 중구 시청역 인근 도로에서 촛불행동 주최로 열린 '이태원 참사 희생자 추모 시민 촛불'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진상 규명, 책임자 처벌 등을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

시간이 지나면서 인파가 더욱 늘었다. 주최 측은 오후 7시30분 기준 참석자가 6만명에 이른다고 추산했다. 당초 3개 차로만 집회를 위해 통제했지만 인파가 늘면서 세종대로 숭례문교차로~시청교차로 방향 2개 차로를 제외한 전 차로가 통제에 들어갔다.

집회 시작 전 촛불행동 측은 시청역 7번 출구 앞에 천막 부스를 차리고 참석자들에게 검은색 근조 리본과 종이컵을 씌운 양초와 “퇴진이 평화다” “국민들이 죽어간다” 등의 메시지가 적힌 손팻말을 나눠줬다. 무료로 LED 양초를 나눠주는 참가자들도 있었다.

천막 부스 한편에는 흰 포스트잇에 추모 메시지를 적어 붙이도록 패널도 마련됐다. 다양한 나이대의 남녀노소가 모였고 아이를 데리고 온 가족 단위 참석자들도 눈에 띄었다. 물품을 나눠주는 부스 앞에 20~30명씩 줄이 길어지기도 했다.

촛불행동은 주말마다 윤석열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집회를 진행해 왔다. 이 단체는 “무능하고 무책임한 윤석열정부의 참사”라며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했다. 집회는 원불교, 불교, 가톨릭, 개신교 등 4대 종단의 종교의식으로 시작됐다.

참사 당일 현장에서 구조를 도왔던 시민, 세월호 참사로 숨진 단원고 학생의 유족 등이 무대에 올랐다. 참사 현장에서 심폐소생술(CPR)을 했다고 한 김웅기씨는 “시민들은 무질서하지 않았다”며 “다같이 한 명이라도 살리려고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CPR을 하고 사람들을 큰길로 옮기고 돕기 위해 자발적으로 나왔다”고 강조했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인 단원고 2학년 고(故) 장준형군의 아버지 장훈 4.16안전사회연구소 소장은 “이번 참사의 희생자와 유가족들에게 꼭 드리고 싶은 말이 있다. 여러분의 탓이 아니다. 자책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그는 “절대 놀러 가서 죽은 게 아니다. 놀면서 국민을 지키지 않은 자들의 잘못 때문에 죽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일상이 완전히 무너지고 대형 참사가 반복되지 말자고 들었던 촛불 아니었나”라고 반문한 뒤 “참사가 반복해서 일어나는 것은 권한에 비례하는 책임의 무게를 소홀히 하고도 아무도 처벌받지 않는 세상이 반복됐기 때문에 우리는 세월호 참사에서 아이들을 잃었고 또다시 이태원에서 꽃 같은 젊은이들을 잃었다”고 토로했다.

촛불행동 측은 당초 광화문광장에서 집회를 열려 했으나 서울시의 불허로 서울시청 앞으로 장소를 옮겼다. 집회는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지만 정부를 향한 비판은 강했다. 일부 참석자는 촛불과 손팻말을 들어 올리며 “윤석열은 퇴진하라” “퇴진이 추모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같은 시간 보수 성향 단체인 신자유연대는 서울 용산구 삼각지역 10번 출구 앞 3개 차로에서 ‘이태원 사고 희생자 추모 집회’를 열고 야당이 이태원 참사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며 강력하게 규탄했다. 촛불집회의 맞불 성격인 이 집회에는 주최 측 추산 1000명이 모였다.

김상진 신자유연대 대표는 “촛불집회에서 온갖 선동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진짜 추모가 무엇인지 보여줘야 한다”며 “이번 사고가 발생한 이유를 밝히고 법과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그런 추모 집회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10대 청소년들도 거리로 나와 희생자를 추모했다. ‘청소년공동체희망’은 서울 이태원역 4번 출구에서 ‘이태원 참사에 희생된 청소년의 넋을 기리는 청소년 추모 촛불 및 행진’을 했다. 참가자들은 “막을 수 있는 참사였다”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친구들을 살려내라”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었다. 이 밖에도 경기도 수원, 전북 군산·부안, 광주, 대구, 부산, 강원도 춘천, 제주 등 8개 지역에서 촛불집회가 열렸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