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당시 현장에서 고군분투했던 일선 경찰들을 향한 시민들의 위로와 응원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참사 당시 통행 정리에 나섰던 이태원파출소에는 주민의 손편지는 물로 위로와 감사의 뜻이 담긴 선물이 쏟아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일보는 지난 4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파출소에 한 주민이 편지와 음료 한 상자를 건넸다며 손으로 꾹꾹 눌러쓴 편지를 공개했다. 손편지에 따르면 글쓴이는 자신을 14년째 이태원에 거주하고 있는 주민이라고 소개했다.
편지에는 “언제나 시끌벅적한 이태원에서 항상 수고해주심에 감사한다”는 인사와 함께 “매년 핼러윈마다 얼마나 힘들었을지 상상할 수 없다. 특히 올해 핼러윈은 모두에게 잊기 힘든 날이 됐다”고 씁쓸해 했다. 그는 이어 ”주민으로서 이태원역을 이용하거나 지날 때 마다 가슴이 아프고 힘든다. 눈물이 멈추지 않는다. 이태원 파출소에서도 같은 마음으로 그곳을 바라보고 계실거라 생각한다”는 심경을 밝혔다.
또 “그날의 기억을 아마 평생 간직한 채 마음 속 한 켠에 담아둘 것 같다”면서 “다만 한 주민으로서 필요 이상의 자책을 하거나 너무 큰 죄책감에 힘들어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부족한 글씨로나마 인사드린다”고 위로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그날도 언제나처럼 최선을 다했을 거라는 거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일어나버린 너무나도 안타까운 이 비극을 우리 모두 잊지 말고 함께 슬퍼하되 자책하지 않도록 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이태원파출소 직원 58명은 단체 채팅방에 해당 편지를 공유해 위안을 삼았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지난 3일에는 참사 희생자의 유족도 이태원파출소를 찾아 음료수와 감사 인사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JTBC에 따르면 이날 오전 아들의 장례를 치른 뒤 현장을 방문한 한 유족은 경찰관들이 고생하는 한 거 안다며 위로하고 갔다. 유족의 감사인사를 받은 이태원파출소 직원은 공지를 통해 “본인이 제일 힘드실텐데 오히려 경찰관은 최선을 다했다고 하시는 어머님과 동생분을 보고 이태원 모든 직원들이 아실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공지를 남겼다.
최근 이 파출소 직원들은 죄인 아닌 죄인으로 살고 있다. 최선을 다해 구조활동을 했지만 경찰청장의 “미흡한 현장 대응” 발언으로 비난이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고강도 감찰도 예고된 상황이어서 징계를 받을까 봐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온라인 곳곳에서도 위로와 격려가 쏟아졌다.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자책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누구도 경찰과 소방, 구급대원들을 원망하지 않는다” “현장 대응 미흡은 일선 경찰이 아닌 수뇌부의 잘못이다” 등의 반응이 이어졌다.
‘이태원 참사’로 불안, 우울 등 심리적인 어려움을 겪는 분들은 정신건강위기상담전화(1577-0199)를 통해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