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만 더 견뎌줘요” 매몰 갱도 내려보낸 마음 [포착]

입력 2022-11-04 18:26 수정 2022-11-04 18:39
경북 봉화군 광산 매몰 사고로 작업자 2명이 고립된 지 10일째인 4일 오전 고립된 작업자 박씨(62)의 첫째 아들 박근형(42)씨가 아버지의 극적인 생환을 기원하며 내려보낸 편지. 경북도소방본부 제공

경북 봉화 아연 광산 붕괴사고 발생 열흘 째인 4일 매몰된 작업자들을 찾기 위한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갱도 고립 작업자 2명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지점까지 남은 거리는 20~30m 정도로 줄어든 가운데 구조 당국과 가족들은 이들을 위한 의약품 키트와 손편지를 내려보냈다. 가족들의 편지에는 기다리고 있으니 조금만 더 견뎌 달라는 간절한 바램이 담겼다.

경북 봉화군 아연 광산 사고 열흘째인 4일 오후 구조 당국이 고립된 작업자 2명의 생존 신호를 확인하기 위한 천공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구조 당국은 현재 생존자들이 있는 위치까지 다가가기 위한 갱도 진입로 확보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구조 당국은 이날 오후 4시 브리핑을 통해 “오후 3시 기준 오전보다 5m 더 (시추를) 진행했지만 상부에서 흙이 쏟아져 2m를 뒤로 물러났다”며 “이 때문에 속도가 늦어졌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재 작업 중인 곳은 80~100㎝ 크기의 석회암 암석이 서로 엉켜 있는 상태”라며 “무너진 상부를 철제 지주로 보강하면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조 당국은 매몰자들의 생존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시추공을 통해 내시경 수색 등을 진행하고 있다.

구조 당국과 가족들은 이들의 생존을 확인하고, 지원하기 위한 물품들을 시추공을 통해 내려보냈다.
구조 당국이 생존 반응을 확인하기 위해 천공을 통해 배관으로 내려보낸 야광봉. 고립된 작업자 가족 제공, 연합뉴스

고립된 작업자들을 위해 내려보낸 식염포도당과 죽, 해열진통제 등의 모습. 연합뉴스

고립된 작업자들을 위해 내려보내기 위해 밀봉해 준비한 죽과 약품 등의 모습. 연합뉴스

매몰된 작업자들이 무사히 돌아오길 간절히 바라는 마음을 담은 가족들의 손 편지도 함께 시추공을 통해 내려갔다. 고립된 작업자 박모(56)씨의 조카는 편지에서 “삼촌, 이모 엄마 삼촌들이 구조대원들과 삼촌 구조하려고 백방 팔방으로 노력하고 있어요. 구조할 때까지 힘 잃지 말고 조금만 기다려주세요”라고 적었다
경북 봉화군 광산 매몰 사고로 고립된 작업자 박씨(56)의 조카가 삼촌의 생환을 기원하며 손으로 적은 편지. 연합뉴스

고립된 작업자 박씨(62)의 첫째 아들 박근형(42)씨가 아버지의 극적인 생환을 기원하며 천공에 넣을 편지를 작성하고 있다. 연합뉴

또 다른 작업자 박모(62)씨의 아들도 “밖에서 아버지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어요. 많이 힘들겠지만 조금만 더 견뎌주세요”라며 간절한 마음을 담았다.

지난 3일 경북 봉화군 광산 매몰 사고 현장에서 생존자 신호를 확인하기 위한 시추기가 투입된 가운데 고립된 작업자의 가족들이 이를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가족들은 현재 구조 현장에 머물며 더딘 구조 작업에 애를 태우고 있다.

구조 작업은 예상보다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내시경 카메라로 확인한 사고 갱도 내부 모습은 펄이 밀려들어왔던 흔적은 없었고 일정한 공간도 확보돼 작업자들의 생존 가능성은 포기하지 않고 있다. 지하수도 확인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지난달 26일 오후 봉화군 재산면 갈산리 한 아연 광산 갱도에서 매몰사고가 발생해 작업 중이던 조장과 보조작업자 등 광부 2명이 고립됐다.

구조 당국은 이들을 구출하기 위해 폐갱도인 제2수직갱도를 통한 구출 진입로 확보 작업을 펼치고 있으며 제2수직갱도 140여m 아래 매몰 추정지까지 수평으로 이어진 3편 본선 갱도에 집중하고 있다. 현재까지 진입로 약 268m가 확보됐다. 20~30여m 구간 암석을 제거하면 매몰 추정지역에 도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