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규→캠프→Lee’ 메모 공개…정영학 “베벌리힐스 안된다 이재명에 보고 의미”

입력 2022-11-04 15:14 수정 2022-11-04 18:07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이 4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대장동 개발 사업 로비·특혜 의혹 관련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성남시장 시절 대장동 사업 추진 계획을 발표한 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사업 방식과 관련한 대장동 민간업자들의 입장을 이 대표에게 보고한 정황이 법정에서 공개됐다.

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이준철)가 진행한 대장동 사건 공판에선 정영학 회계사가 남욱 변호사와의 대화 녹취록(2013년 7월 2일자)을 요약했다는 메모에서 ‘유동규→캠프→Lee’로 이어지는 그림이 등장했다.

정 회계사는 ‘Lee’가 무엇이냐는 남욱 변호사의 변호인 질문에 “제일 위에 (이재명) 시장님”이라고 답변했다. 그는 ‘캠프’에 대해선 “이재명 시장의 사람들”이라고 하면서 정진상 더불어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과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을 의미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정 회계사는 화살표의 의미에 대해 “(대장동의) 베벌리힐스 개발 내용이 발표됐을 때 유 전 본부장이 김용, 정진상과 상의해서 베버리힐스가 안 되도록, 저층연립이 안 되도록 다 보고했다는 뜻”이라며 “이야기 다 했다. 시장님한테도 이야기 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성남시장 당시인 2013년 7월 1일 기자회견을 열고 대장동을 신흥동 1공단 부지와 결합개발하겠다는 취지의 ‘한국판 베벌리힐스’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고층 아파트를 지어 수익성을 올리려던 대장동 민간사업자들은 이러한 계획에 반대하는 입장이었다. 이후 성남시는 2016년 신흥동 1공단 부지와 대장동을 분리해 개발하기로 했다. 이날 재판에선 개발 방식이 바뀌는 과정에서 유 전 본부장이 이 대표에게 대장동 민간사업자들의 입장을 전달한 정황이 나온 것이다.

지난 5월 재판에서 공개된 녹취에서도 남 변호사가 2013년 7월 2일 “(유 전 본부장이) 오늘 아침 시장을 만났는데 (이재명 시장에게) ‘왜 베버리힐스 이야기를 꺼냈나’고 말했다고 한다”며 “(유 전 본부장이) ‘시장이 복잡하게 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다 자기가 알아서 할 것’이라고 했다”고 말하는 대목이 나왔었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