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희근 경찰청장이 이태원 참사 당시 휴일을 맞아 지방을 찾았다가 잠이 들면서 보고 전화와 문자를 놓쳤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초 보고 자체가 지연된 것도 문제지만 긴급 상황 전파도 제대로 되지 않았던 것이다.
4일 경찰에 따르면 윤 청장은 지난달 29일 본가가 있는 충북 제천을 방문했다. 윤 청장은 오후 10시15분 사고 발생 직후 오후 11시 무렵까지 아무런 보고를 받지 못했고, 잠이 들었다. 당시에는 심정지 환자가 30여명 발생해 소방과 경찰, 일반 시민들이 심폐소생술(CPR)을 하던 때였다. 윤 청장이 사고 발생 사실 자체를 모르고 취침을 한 것이다.
이후 윤 청장에게 보고가 온 시각은 오후 11시32분이 다 돼서였다. 경찰청 상황담당관이 윤 청장에게 사고 발생 문자메시지를 보냈지만, 잠이 든 윤 청장은 이를 확인하지 못했다. 20분 뒤 상황담당관이 전화를 걸었지만 이때도 연결되지 못했다.
결국 윤 청장에게 연락이 닿은 시각은 자정이 넘은 30일 오전 0시14분이었다. 전화로 비로소 상황 보고를 받은 윤 청장은 곧바로 서울로 출발했다. 이어 5분 뒤 김광호 서울경찰청에게 전화를 걸었고 김 청장은 “현장에 거의 도착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청장은 전화로 총력 대응을 지시했다. 제천에 있던 윤 청장이 서울에 오는 데 시간이 걸리면서 경찰청 지휘부 회의는 오전 2시30분이 돼서야 열렸다.
김판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