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와 관련한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경찰청 특별수사본부가 “사고 발생 뒤의 보호 조치가 사고 원인과 어느 정도 관련이 있는지 냉정하게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특수본은 “보고 체계 부분도 수사 대상에 포함되지만, 진짜 사고의 원인이 무엇이었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취지”라며 “수사 영역은 사고 원인에 정확히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경찰의 보고 누락 등 초동 대처 미흡 부분에 대해서는 “경찰청 차원의 감찰이 마무리되길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손제한 경찰청 특별수사본부 본부장은 4일 수사본부 구성 뒤 처음으로 기자들과 만나 “사고의 원인과 책임 소재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며 “수사 영역은 사고 원인에 정확히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손 본부장은 “특수본이 중점적으로 볼 부분은 진짜 사고의 원인이 무엇인지 하는 부분”이라며 “사전에 안전조치 등 필요한 사항을 조치하지 않았는지, 사고가 예견되는데도 조치를 안한 것인지 이런 부분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112 녹취록 전문 공개 이후 경찰의 참사 당일 부실 대응 논란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지만 특수본은 일단 경찰청 차원의 감찰 결과를 먼저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손 본부장은 “수사와 감찰이 같이 가면 안된다는 법은 없지만, 현재 감찰이 진행 중이어서 자료가 넘어오길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임재 당시 용산서장의 당일 동선에 대해서는 “개인의 동선 부분은 경찰청 특별감찰팀에서 서류가 넘어오는 대로 확인하겠다”고 답했다.
특수본은 지난 2일 서울경찰청과 용산경찰서를 압수수색하면서 청장실과 서장실은 제외해 논란을 빚었다. 이에 대해 손 본부장은 “압수수색 영장 신청 당시 제기됐던 1차 의혹들을 토대로 압수물과 대상 장소를 선정했다”며 “필요하면 향후에 추가적으로 압수수색이 가능하다”고 해명했다. 현재까지 특수본은 이임재 당시 용산서장의 동선과 관련한 자료는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특수본 관계자는 “경찰청의 수사의뢰 자료가 곧 넘어오는 대로 사실관계를 확인할 예정”이라고 했다.
윤희근 경찰청장이나 대통령실도 수사 대상에 포함될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수사 영역을 지금 단계에서 어디까지 갈 수 있다고 표현하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며 “다만 사실관계를 규명해나가며 단계에 따라 필요하면 수사 범위를 넓힐 수 있다”고 원론적인 답을 내놨다.
특수본은 참사가 벌어진 지난달 29일 저녁 상황을 재구성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이를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3D 시뮬레이션도 의뢰한 상태다. 특수본 관계자는 “어떤 부분이 사고를 발생시킨 원인인지 3D 시뮬레이션을 통해 과학적인 검증을 받아볼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또 참사 당시 상황을 재구성하기 위해 현장 경찰관 4명, 인근 업소 관계자 14명, 목격자 및 부상자 67명 등 총 85명을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했다. 인근 CCTV 144대와 각종 제보 영상 등도 분석 중이다.
특수본은 지난 2일 용산구청 등 8개 장소에 대한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자료 분석에 집중하고 있다. 압수물 분석을 마치는 대로 관련자들을 소환 조사할 방침이다.
김판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