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로 숨진 한국계 러시아인의 시신을 본국으로 이송하기 위한 절차가 사망 6일 만에 시작됐다.
의정부 을지대병원에 안치돼 있던 A씨(25) 시신은 4일 오전 7시쯤 장례식장에서 운구차에 실려 강원도 동해항으로 출발했다. 그의 시신은 이날 오후 5시쯤 강원 동해항국제여객터미널에서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행 국제여객선에 실려 본국으로 향한다.
고려인 3세인 A씨는 한국에 먼저 정착한 아버지를 따라 지난해 5월 국내에 입국했다. 자신의 고국인 한국에서 살고 싶다는 꿈을 안고 어머니를 홀로 러시아에 남겨둔 채 한국에 온 A씨는 고려인과 중국인 동포가 많이 사는 인천 함박마을에 터를 잡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생활에 어느 정도 적응된 그는 올해 연초 인근 유치원에 취업해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치고 있었다. 그렇게 한국에서 사회 초년생이 된 A씨는 처음 맞는 핼러윈 축제를 즐기기 위해 지난달 29일 회사 동료와 이태원을 찾았다가 끝내 돌아오지 못했다.
A씨의 아버지는 딸이 자라고 어머니가 있는 러시아 본국에서 장례를 치르고 싶어했으나 시신 운구비용이 만만치 않았다. 정부가 외국인 사망자 장례비용 등도 지원키로 했지만, 유가족이 일단 부담 뒤 추후 실비 를 지급하는 방식이다 보니 당장 금액 마련이 어려운 A씨 유족은 어려움을 호소했다.
이 사연이 알려지며 각계에서 도움의 손길이 이어졌다. 국내 러시아인 커뮤니티에선 모금 활동이 펼쳐졌고, 용산구청은 A씨 유가족이 대사관에서 서류를 받아 장례비와 구호금 등 생활안정자금 3500만원을 신청하면 바로 지급할 수 있도록 준비해 놓겠다고 밝혔다. 러시아 대사관도 어려움을 겪는 자국민을 위해 운구 비용을 직접 해결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한국장애인복지재단에서 문화예술분야 자문위원장을 맡고 있는 배우 이영애씨도 비용을 지원했다.
이태원 참사 사망자 156명 중 외국인 사망자는 총 26명으로 확인됐다. 이란인 5명, 중국인 4명, 러시아인 4명, 미국인과 일본인 각각 2명, 프랑스·호주·노르웨이·오스트리아·베트남·태국·카자흐스탄·우즈베키스탄·스리랑카인 각 1명이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