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의 증권거래 시장독점을 해소할 대체거래소(ATS) 설립이 올해도 불발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해지고 있다. 2013년 관련 논의가 첫발을 뗀 뒤 10여년째 설립이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시장이 급속도로 냉각되며 증권업계의 관심현안 우선순위에서도 밀리는 모양새다.
6일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연내로 ATS 예비인가 신청을 할 것이란 기대가 컸지만 이는 희망사항에 불과하다”며 “예상했던 신청 시기로부터 계속해서 딜레이가 되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이제 예측 시기를 내놓는 게 의미가 없다는 얘기마저 나오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ATS가 예비인가 승인을 받기 위해선 신청일로부터 최소 두 달이 지나야 한다. 이날 당장 신청을 낸다고 해도 연내 승인은 물리적으로 어려운 셈이다. 당초 금투협이 목표로 했던 타임라인은 올해 예비인가 승인작업 및 법인 설립을 완료하고 2024년부터 업무를 개시하는 것이었다. 법인 설립은 오는 10일 이뤄질 것으로 알려졌다.
ATS 설립이 지지부진한 가장 큰 이유는 국내 증권시장에서 최초로 설립되는 ‘제2의 거래소’라는 부담이 크게 작용한 탓이다. 이 관계자는 “최초 등록 건이다 보니 금융당국도 제도 측면에서 준비할 게 많고 우리(금투협) 쪽에서도 전산개발, 투자 규모 산정 등에 시간이 오래 걸리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ATS 설립에 참여할 것으로 보이는 증권사는 컨소시엄 7개를 포함해 약 30개사로 알려졌다. 하지만 증권업계에서도 ATS에 대한 기대감이 예전만하지 못하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한창 시장이 좋을 때는 대체거래소에 대한 기대가 컸지만 현재는 시장이 너무 냉각돼서 ATS를 출범시킨다고 한들 수요층이 많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ATS가 가상자산 취급 플랫폼 역할을 할 것이란 기대도 컸지만 이에 대해서도 뚜렷한 결론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나재철 금융투자협회장은 증권형토큰과 대체불가토큰(NFT) 등 가상자산을 대체거래소에서 거래되게 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관련 실무를 맡고 있는 한 관계자는 “증권형 토큰이 미래먹거리라는 점에서 당연히 관심이 있지만 현재 주식·채권 등을 어떻게 거래하고 청산할지도 정해지지 않은 마당에 가상자산까지 논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가상자산이 증권형 토큰으로 인정되지 않을 경우 ATS에서 취급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있다. 가상자산 거래소 관계자는 “현재 금융·사법당국이 루나를 필두로 일부 코인을 증권형 토큰으로 규정하려 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도 수년간 결론 내지 못한 것을 국내기관이 근시일 내에 규정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