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직전 주변 있던 용산구청장, 조치없이 떠났다

입력 2022-11-03 11:04 수정 2022-11-03 14:38
박희영 용산구청장. MBN 뉴스화면 캡처

이태원 참사 당일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두 차례에 걸쳐 현장 근처를 지났던 것으로 드러났다.

3일 용산구 등에 따르면 박 구청장은 참사 당일인 지난달 29일 오후 8시20분, 9시30분쯤 이태원 퀴논길 인근을 찾았다. 참사가 발생하기 전 약 2시간, 45분 전에 참사 지점 인근을 지나간 것이다.

박 구청장은 당시 고향인 경남 의령군을 방문, 군수와의 면담 뒤 관내에 복귀해 귀가하는 길이었다. 박 구청장이 이태원을 찾은 시점엔 이미 인파가 뒤엉켜 위험 신고가 다수 접수되던 상황이었다.

경찰이 1일 공개한 112신고 녹취록을 보면 참사 당일 오후 6시34분쯤 해밀톤 호텔 부근 이마트24 편의점 앞에서 “인파가 많아 압사당할 것 같다”는 최초 신고가 접수됐다. 이후 8시부터 “대형사고가 날 것 같다”, “사람들 넘어지고 아수라장이다”, “압사당할 것 같다. 인원통제가 필요하다” 등 신고가 쏟아졌다.

비슷한 시각 박 구청장은 현장에 있었지만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고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가 발생한 이후 주민 제보로 소식을 듣고 오후 10시50분이 돼서야 현장에 도착했다.

구청 측은 “퀴논길은 사고 지점과 상당히 떨어진 곳이기 때문에 참사 지점 인근이라 할 수 없다”며 “(사고가 난) 비슷한 시각 현장에 있었다고 할 수 없다”고 해명했다. 퀴논길은 참사 지점인 해밀톤 호텔 옆 골목에서 직선거리로 100m가량 떨어져 있다. 도보로는 10분 정도의 거리다.

또 박 구청장은 핼러윈 종합대책회의 당시 야유회와 바자회 행사에 참석하느라 불참한 것으로 알려져 또다시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달 27일 용산구청은 핼러윈 주간을 대비해 종합대책회의를 열었지만, 이날 박 구청장은 불참했고 부구청장이 회의를 대신 주재했다. 박 구청장은 효창동 추계 야유회와 한 부녀회가 주최한 바자회 등 관내 행사에 참석한 것으로 확인됐다.

구청 측은 바자회와 야유회에 참석하느라 대책회의에 불참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구청 측은 “대책회의를 불참하고 야유회와 바자회에 간 것이 아니다. 야유회와 바자회는 대책회의와 다른 시간에 열렸다”고 설명했다. 또 “27일 대책회의는 부구청장이 주재하는 실무회의로, 구청장은 참석대상이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