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조절론 무력화한 파월 “최종금리” 발언 [3분 미국주식]

입력 2022-11-03 07:42 수정 2022-11-03 10:26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2일(현지시간) 수도 워싱턴 DC에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11월 정례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질문을 받고 있다. AFP연합뉴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3일(한국시간) 사상 초유의 4회 연속 ‘자이언트스텝’(0.75% 포인트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이미 예상된 금리 인상률보다 시장 반응을 더 강하게 끌어낸 건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기자회견이다. 파월 의장은 금리 인상의 속도를 조절할 가능성을 내비쳤지만 중단 시점을 언급하는 건 “시기상조”라고 못 박았다. 예상보다 ‘매파’(반시장)적인 파월 의장의 발언은 미국 뉴욕 증권시장의 주요 3대 지수를 끌어내렸다.

1. 4회 연속 자이언트스텝

연준은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11월 정례회의를 마친 이날 오전 3시 성명을 내고 기준금리를 0.75% 포인트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미국의 기준금리는 기존 3.00~3.25%에서 3.75∼4.00%로 상승했다. 금리의 상단은 4%에 도달했다.

연준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고강도 긴축을 시행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에 들어갔고, 지난 3월 FOMC 정례회의에서 0.25% 포인트를 적용해 기준금리 인상을 시작했다.

금리 인상률은 지난 5월 ‘빅스텝’(0.5% 포인트), 6월 자이언트스텝 순으로 가파르게 상향됐다. 이달까지 5개월간 4회 연속 자이언트스텝을 밟는 과정에서 기준금리는 3.00% 포인트나 올라갔다. 연준은 지난 6월부터 대차대조표를 축소하는 양적 긴축도 병행하고 있다.

연준의 고강도 긴축은 고물가를 잡기 위한 고육책이다.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의 전년 동월 대비 상승률은 지난 6월 9.1%로 정점을 찍은 뒤에도 8%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가장 최근인 지난 9월 상승률은 8.2%로 나타났다.

연준은 이날 성명에서 “인플레이션은 코로나19 대유행, 에너지·식료품 가격 상승, 광범위한 수급 불균형을 반영해 높은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다”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은 인플레이션 추가 상승을 압박하고, 국제적인 경제 활동에 부담을 가한다”고 설명했다.

2. 파월 “속도 조절, 하지만 최종 금리 올라갈 것”

파월 의장은 이날 FOMC 정례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금리 인상의 속도를 조절할 여지를 열어놨다. 그는 “언젠가는 금리 인상 속도를 줄이는 게 적절할 것”이라며 “그 시기는 이르면 다음 회의, 혹은 그다음 회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오는 12월, 혹은 내년 1월 FOMC 정례회의에서 금리 인상률을 빅스텝 수준 이하로 내릴 수 있다는 얘기다.

연준의 ‘속도조절론’은 이미 FOMC 정례회의를 앞두고 제기됐다. 연준 내부 사정에 정통한 미국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달 22일 일부 고위 인사들 사이에서 고강도 긴축으로 불필요하게 경기 침체를 일으킬 위험을 피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기 시작했다며 12월에는 빅스텝 수준으로 금리 인상률이 내려갈 가능성을 제기했다.

하지만 파월 의장의 이어진 발언은 속도조절론에 환호할 수 없을 만큼 강경했다. 파월 의장은 “최종 금리 수준이 당초 예상보다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가장 최근인 지난 9월 FOMC 정례회의에서 위원들의 점도표로 제시된 내년 기준금리 목표치는 4.6%다. 파월 의장의 발언은 이보다 높은 수준으로 최종 금리를 올릴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파월 의장은 “금리 인상 중단에 대해 생각하거나 언급하는 건 매우 시기상조”라며 “우리의 갈 길은 멀다”고 말했다. 당장 금리 인상률을 내릴 수는 있지만 고강도 긴축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얘기다. 그는 “(긴축) 속도에 대한 얘기는 덜 중요하다. 이제 최종 금리가 어느 수준일지, 고금리를 얼마나 오래 유지할지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 억제 시점에 대해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고 했다. 또 “경제 성장이 추세 이하로 내려갈 필요도 있을 것”이라며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경기 둔화가 불가피할 수 있다는 의견도 밝혔다. 그는 경기 침체 가능성에 대해 “누구도 예상할 수 없다”며 “경기 침체가 얼마나 심하게 찾아올지도 알 수 없다”고 말했다.

3. 실망한 시장, 나스닥 3.36% 급락

시장은 금리 인상률, 연준의 속도조절론처럼 이미 예고된 재료를 소화하고 불확실성을 해소한 이날 FOMC 정례회의에서 내년까지 4.6%보다 높아질 수 있는 최종 금리에 주목했다. 장 초반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다가 연준의 성명 발표 시점에 급등했던 뉴욕증시 주요 3대 지수는 불과 30분 뒤 파월 의장의 발언을 따라 급락했다.

최근 가장 강세를 나타냈던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505.44포인트(1.55%) 밀린 3만2147.76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96.41포인트(2.50%) 떨어진 3759.69,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366.05포인트(3.36%) 급락한 1만524.8에 각각 마감됐다.

세계 시가총액 1위 기업인 애플은 3.73%, 나스닥 시총 2위 마이크로소프트는 3.54%씩 하락했다. 미국 전기차 기업 테슬라는 5.64%, 에너지 기업 엑손모빌은 2.06%씩 떨어져 성장주와 가치주가 동반 하락했다.

하루 3분이면 충분한 월스트리트 산책. [3분 미국주식]은 서학 개미의 시선으로 뉴욕 증권시장을 관찰합니다. 차트와 캔들이 알려주지 않는 상승과 하락의 원인을 추적하고, 하룻밤 사이에 주목을 받은 종목들을 소개합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