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생자들에 밥 한 끼 먹여야”…마지막 밥상 차린 상인

입력 2022-11-03 06:17 수정 2022-11-03 10:15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의 해밀톤호텔 옆 골목에서 10년 넘게 옷가게를 운영 중인 A씨가 지난달 31일 참사 현장에 희생자들을 위한 밥상을 차린 사실이 1일 MBC PD수첩을 통해 전해져 시민들의 눈시울을 붉히게 만들었다. A씨는 현장보존을 위해 만류하는 경찰관에게 "애들에게 밥 한 끼 먹여야 될 것 아니에요"라며 막아서다가 결국 울음을 터뜨렸다. 그를 제지하던 경찰관도 결국 눈물을 흘렸다. MBC 화면 캡처

이태원 참사 현장에 희생자들을 위한 마지막 밥상을 차린 인근 상인의 사연이 알려지면서 보는 이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고 있다. 이를 접한 시민들은 해당 상인의 가게 홈페이지를 찾아 “감사합니다 사장님”이라는 방명록을 남기고 있다.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의 해밀톤 호텔 옆 골목에서 10년 넘게 옷가게를 운영 중인 A씨는 지난달 31일 사고가 발생한 골목에 분홍색 돗자리를 깔고 밥과 국, 배와 감을 담은 밥상을 차렸다. 참사 사망자들을 위한 제사상이었다. 그의 모습은 지난 1일 MBC PD수첩을 통해 방영됐다.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의 해밀톤호텔 옆 골목에서 10년 넘게 옷가게를 운영 중인 A씨가 지난달 31일 참사 현장에 희생자들을 위한 밥상을 차린 사실이 1일 MBC PD수첩을 통해 전해져 시민들의 눈시울을 붉히게 만들었다. A씨는 현장보존을 위해 만류하는 경찰관에게 "애들에게 밥 한 끼 먹여야 될 것 아니에요"라며 막아서다가 결국 울음을 터뜨렸다. 그를 제지하던 경찰관도 결국 눈물을 흘렸다. MBC 화면 캡처

A씨는 신발을 벗고 절을 한 뒤 제사상 앞에서 오래도록 무릎을 꿇고 있었다. PD수첩에 따르면 A씨는 사고 당일 가게 문을 개방해 여러 사람을 구했다고 한다.

한 경찰관은 통제된 골목에서 사망자를 추모하는 A씨에게 다가가 “이러시면 안 돼요. 여기는 현장이에요. 현장”이라며 제지에 나섰다. 그러자 A씨는 “현장이니까 애들에게 밥 한 끼 먹여야 할 것 아니에요”라며 밥상을 치우려는 경찰을 막아섰다. 다른 경찰관들도 만류했지만 A씨는 “저건 놔둬라. 손도 대지 마라”고 했다.

경찰관이 흐느끼는 A씨의 어깨를 다독이며 위로하고 있다. MBC 화면 캡처

A씨는 실랑이하면서 “아니 그러지 마세요” “저기는 놔둬요”라며 오열했고, 그를 달래던 경찰관도 함께 눈물을 흘렸다. 경찰관은 흐느끼는 A씨의 어깨를 다독이며 위로했다.

이 장면을 본 시민들은 함께 울었다. 여러 시민은 그가 운영 중인 옷가게 홈페이지를 들러 “감사합니다”라는 글을 방명록에 남겼다.

A씨가 운영 중인 옷가게의 홈페이지 방명록에 시민들이 남긴 감사글. A씨 옷가게 홈페이지 화면 캡처

한 시민은 “사장님 덕에 많은 별이 위로받았을 것이다. 영상보고 한참을 울었다”며 “죄책감 갖지 마시고 많은 생명 구하고 위로해주셔서 감사하다”고 했다.

또 다른 시민은 “슬퍼하며 밥상을 차려주시는 그 모습을 보고 크게 배우고 또 느꼈다”며 “사장님의 마음에 함께 슬프지만 감동하고 고마움 느끼는 수많은 사람이 있으니 너무 마음 아파하지 말아 달라”고 적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