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생존자가 “의료진을 도와 시신의 손과 다리를 모으고 다녔다”며 참혹했던 사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지난 1일 MBC 프로그램 PD수첩은 이태원 참사 관련 내용을 전했다.
이날 방송에서 생존자 A씨는 대규모 압사 사고로 곳곳에서 심폐소생술이 진행되는 가운데 의료진을 도왔던 일을 전했다. A씨는 인터뷰에서 “(의료진들이) 이분 손이라도 모아드리라고, 시신이 굳으면 안 된다고 하더라. 시신이 대(大)자로 있으니까 다리랑 손 좀 모아 달라고 하셨다”고 말했다.
그는 “그대로 굳으면 나중에 힘든가 봐요. 관에 들어갈 때나 이럴 때. 그래서 그때부터는 (시신의) 손을 모으고 다녔다”며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아서. 돌아가셨지만 고생이라도 덜하시게 손을 계속 모으고 다녔다”고 했다.
A씨는 사고 발생 직전 112에 신고한 사람 중 한 명이기도 했다. 그는 사고 당일인 지난달 29일 밤 10시9분쯤 “이건 정말 아니다 싶어 112에 ‘이러다 압사 사고 난다’고 신고 전화를 했던 때를 기억한다”며 “분명히 해밀톤 호텔 쪽으로 더 이상 사람들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막아야 한다고 제가 전화했다”고 말했다.
A씨는 당시 “아이와 같이 단차 20㎝ 정도 되는 곳에 올라서 있었다”며 “밑에 다른 남자아이가 부모님하고 같이 힘들어하고 있더라. (그 모습을 보고) 가게 문을 막 두드려 ‘아이라도 안으로 넣어 달라’고 부탁해 가게 안으로 집어넣었다”고 당시 위급했던 상황을 말했다.
다른 생존자 B씨도 해당 프로그램에 출연해 당시 상황을 전했다. 그는 “순식간에 도미노처럼 앞으로 쏠려서 도망가고 할 새도 없었다”며 “사람이 위로 (넘어져) 계속 체중이 쏠리고 제 갈비뼈는 눌리고 사람은 계속 쌓이니까 저는 더 숨쉬기 힘든 상태였다. 정신이 아득해지고 죽겠구나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B씨는 옆 가게 있던 사람에게 필사적으로 손을 뻗어 도움을 요청해 인파에서 빠져나왔다. 그는 “그분이 저를 늦게 발견했더라면 손쓸 수 없는 상황이었다. 살아서 다행이지만 저만 살아나와서 죄송하다”라고 했다.
앞서 지난달 29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일대에서 핼러윈 데이를 앞두고 인파가 몰리며 대규모 압사 사고가 발생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2일 오전 11시 기준 사망자는 156명, 부상자는 172명으로 집계됐다. 사망자 156명 중 내국인은 130명, 외국인은 26명이다.
정부는 이번 참사 유가족과 부상자 등을 위한 정신 건강 대책을 마련했다. 사고 유가족이나 부상자 및 가족 등은 서울시정신건강복지센터(서울 거주자), 국가트라우마센터(서울 외 지역 거주자, 외국인)에서 심리지원을 받을 수 있다.
‘이태원 참사’로 불안, 우울 등 심리적인 어려움을 겪는 분들은 정신건강위기상담전화(1577-0199)를 통해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