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성관계 거절? 생활비 안 줘”… 아내의 대처법은

입력 2022-11-03 05:05 수정 2022-11-03 10:05

남편이 아내가 성관계를 거절했다는 이유로 기분 상했다면서 생활비 지급을 중단한다면 아내는 어떤 법적 조치를 할 수 있을까.

2일 YTN라디오 ‘양소영 변호사의 상담소’에는 재혼 13년차로 초등학교 6학년 딸을 둔 아내 A씨의 사연이 공개됐다.

A씨는 “그동안 남편의 외도와 폭언, 폭력 등 수많은 사건 사고들이 많았다. 지난 1월부터는 생활비를 주지 않고 있다”며 “그동안에도 제가 성관계를 거절하면 종종 생활비를 주지 않는 일이 있었는데 이번엔 기간이 길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A씨는 “남편은 돈이 있지만 제가 성관계를 거절해 ‘자기 기분을 상하게 했고 가장 대우를 안 해 줬다’라는 이유로 생활비를 못 주겠다고 했다”면서 “지난 3월부터는 제가 생활비를 벌어가며 살고 있지만 아이를 키우는 상황에서 턱없이 부족하다”며 남편에게 생활비를 받을 수 있는 방법을 물었다.

이에 대해 안미현 변호사는 “민법 제826조 1항에 규정된 ‘부부간 상호부양의무’는 부양을 받을 자의 생활을 부양의무자 생활과 같은 정도로 보장하도록 하는 내용”이라며 “남편은 당연히 자신이 생활하는 정도와 동등하게 아내의 생활을 보장해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정당한 사유 없이 부부 관계를 계속 거부해서 부부간 성적 의무 이행을 다하지 않았다거나 부당한 대우를 했을 때는 이혼 사유가 될 수 있다”면서도 “그런데 사연에서 그런 정황은 사실 확인이 안 된다”고 했다.

이어 “설령 이런 사정이 실제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생활비 지급은 부부간 발생한 문제와 갈등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생활비 지급을 중단하는 것은 생존권 위협”이라고 지적했다.

안 변호사는 나아가 “생존 수단을 이용해서 결국 아내를 억압하고 ‘내 뜻대로 따르도록 하겠다’ ‘네가 내 말을 잘 듣고 성관계에 응하고 내가 원하는 가장 대우를 해주면 돈을 줄게’ 이 얘기 밖에 안 된다”며 “이건 아내의 인격권과 자존감을 훼손하는 행위로써 절대 정당화될 수 없다”고 했다.

A씨는 이혼 방법에 대해서는 따로 문의하지 않았다. 이에 안 변호사는 “이혼을 생각하지 않고 있다면 접근할 수 있는 게 부양료 청구 소송인데, 혼인 관계가 해소되기까지는 생활비를 지급하라는 부양료 청구 소송이 가능해 보인다”고 했다.

다만 “밀린 생활비 10개월치를 받을 수 있느냐는 또 다른 문제”라며 “판례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부양의무 이행을 청구한 이후의 것만 인정하고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안 변호사는 “남편을 상대로 과거 부양료를 청구하려면 ‘생활비 달라’ ‘생활비를 언제까지 지급해 달라’라는 문자 혹은 대화 녹음 등을 통해 생활비 지급을 요청했으나 이행이 되지 않았다는 증거를 남겨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편이 생활비를 주지 않아 나도 밥을 해주지 않는다’고 한 사연 내용이 A씨에게 불리하게 작용하지 않는지에 대해서는 “전업주부인 아내 상대로 이혼 소송 진행될 때 항상 빠짐없이 나오는 사유”라며 “근데 그렇게 해서 이혼이 되려면 가정생활을 아예 포기했다고 보일 정도로 완전히 방치돼서 가정불화가 계속됐는데도 시정이 안 됐다는 정도의 복잡한 구조를 가져야 한다”고 안 변호사는 언급했다.

다만 안 변호사는 “그런데 지금 사연 올린 분은 전업주부가 아니고 3월부터 일하고 있다”며 “그래서 생활비를 충당하고 자녀도 양육하고 집안일도 돌보는 상황인데, 생활비를 안 주는 남편에게 감정적인 측면에서 밥을 안 해줄 수도 있지만 물리적으로도 사실 하기 힘들 것 같다”고 했다.

이어 “남편이 ‘밥도 안 하고 빨래도 안 해준다’ 이렇게 아무리 말해도 그동안 해온 외도나 폭언, 폭행 등의 유책성을 상쇄할 만큼의 잘못이라고 보이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