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의혹’ 공판에서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가 2020년 3월 정영학 회계사(대장동 개발사업에 투자한 천화동인 5호 소유주)에게 “영학이, 나중에 이재명님 청와대 가면은”이라고 말한 녹취록이 2일 법정에서 공개됐다. 재판 과정에서는 김씨가 동업자였던 정 회계사에게 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대통령이 되면 요직에 갈 수 있다고 암시한 것 아니냐는 공방이 벌어졌다.
김씨에게서 50억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곽상도 전 국회의원 측 변호인은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재판장 이준철) 심리로 열린 재판에서 증인인 정 회계사에게 2020년 3월 24일자 녹취록을 제시했다.
이 녹취록에서 정 회계사가 김씨에게 “지지율이 2위 나오면 되게 잘 나온 것 아닙니까”라고 먼저 묻자 김씨는 “이재명? 이재명은 대통령이 되지”라고 답했다.
또 다른 녹취록에서 김씨는 “영학이, 나중에 이재명님 청와대 가면은”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정 회계사가 “전혀, 저는 형님, 콩팥이 하나예요. 저는 코로나 걸리면 죽습니다. 바로”라고 답했다.
곽 전 의원 변호인은 이 발언의 의미에 대해 “이 부분은 김씨가 증인(정 회계사)을 청와대나 요직에서 일할 수 있게 하겠다고 말한 것 아닌가”라고 물었다. 정 회계사는 “그런 의미라고 생각한 적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에 변호인이 재차 “김씨가 이렇게 말했던 것을 기억하느냐”고 묻자, 정 회계사는 “제가 그때 건강이 안 좋아서 전혀 생각이 없었다”고 답변했다.
변호인은 검찰이 재판부에 제출한 녹취록엔 김씨가 “영학이, 나중에 이재명님 청와대 가면은”이라고 말한 내용이 있는데, 정 회계사가 검찰에 제출한 녹취록엔 이것이 없다면서 “일부러 녹음파일을 잘라낸 것이냐”고 물었다. 정 회계사는 “잘라내지 않았고, 업무와 상관없겠다 싶어서 제외했다”고 했다.
또 변호인이 “김씨는 ‘이재명 게이트’라는 말을 하는데, 이재명 게이트가 무엇이냐”고 묻자 “잘 모르겠다”고 정 회계사는 답했다. 김씨가 “이재명이 이게 돼”라고 말한 것이 엄지를 치켜세우며 대통령이 된다는 의미 아니었느냐는 질문도 있었다. 정 회계사는 “그 정도로 예상되지만 정확하진 않다”고 했다. ‘이재명 게이트’란 표현은 2020년 10월 26일 김씨와 정 회계사 대화 녹취록에 나온다.
이날 재판에 등장한 녹취록에 따르면 김씨는 이 대표는 물론 윤석열 대통령 등의 이름도 수시로 불렀다.
변호인 측은 2020년 10월 26일자 녹취록에서 김씨가 “윤석열이는 형(김만배)이 가지고 있는 카드면 죽어”라고 말하자 정 회계사가 “예”라고 답한 대목을 제시하며 “무슨 카드를 가졌다는 말이냐”고 묻기도 했다. 그러자 정 회계사는 “그냥 대화 과정에서 동의를 한 것”이라며 “실제 어떤 카드인지 모른다”고 했다.
또 변호인은 “김씨가 증인에게 평소 ‘나는 윤석열하고도 싸우는 사람이고 (윤석열에게) 욕도 했다’고 이야기했나” “김씨가 이재명 당시 경기지사에겐 ‘이재명님’이라는 표현을 했나”라고 물었다. 정 회계사는 이 질문들에 “그렇다”고 했다.
법정에서 공개된 녹취록은 정 회계사가 대장동 개발 민간업자 등과 2012∼2014년, 2019∼2020년 나눈 대화나 통화를 녹음한 것이다. 앞서 곽 전 의원은 지난달 26일 재판 휴정시간에 취재진을 향해 현재 검찰이 수사 중인 상황을 가리켜 “흥미롭게 보고 있다”며 “세월이 흐르니 ‘이재명 게이트’임이 드러나고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