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만배 “영학이, 이재명님 靑 가면” 녹취 등장… 무슨 뜻?

입력 2022-11-03 04:39 수정 2022-11-03 09:44
곽상도 전 국회의원(왼쪽 사진)과 정영학 회계사. 뉴시스

‘대장동 의혹’ 공판에서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가 2020년 3월 정영학 회계사(대장동 개발사업에 투자한 천화동인 5호 소유주)에게 “영학이, 나중에 이재명님 청와대 가면은”이라고 말한 녹취록이 2일 법정에서 공개됐다. 재판 과정에서는 김씨가 동업자였던 정 회계사에게 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대통령이 되면 요직에 갈 수 있다고 암시한 것 아니냐는 공방이 벌어졌다.

김씨에게서 50억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곽상도 전 국회의원 측 변호인은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재판장 이준철) 심리로 열린 재판에서 증인인 정 회계사에게 2020년 3월 24일자 녹취록을 제시했다.

이 녹취록에서 정 회계사가 김씨에게 “지지율이 2위 나오면 되게 잘 나온 것 아닙니까”라고 먼저 묻자 김씨는 “이재명? 이재명은 대통령이 되지”라고 답했다.

또 다른 녹취록에서 김씨는 “영학이, 나중에 이재명님 청와대 가면은”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정 회계사가 “전혀, 저는 형님, 콩팥이 하나예요. 저는 코로나 걸리면 죽습니다. 바로”라고 답했다.

곽 전 의원 변호인은 이 발언의 의미에 대해 “이 부분은 김씨가 증인(정 회계사)을 청와대나 요직에서 일할 수 있게 하겠다고 말한 것 아닌가”라고 물었다. 정 회계사는 “그런 의미라고 생각한 적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에 변호인이 재차 “김씨가 이렇게 말했던 것을 기억하느냐”고 묻자, 정 회계사는 “제가 그때 건강이 안 좋아서 전혀 생각이 없었다”고 답변했다.

대장동 개발 사업 특혜 의혹을 받는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최현규 기자

변호인은 검찰이 재판부에 제출한 녹취록엔 김씨가 “영학이, 나중에 이재명님 청와대 가면은”이라고 말한 내용이 있는데, 정 회계사가 검찰에 제출한 녹취록엔 이것이 없다면서 “일부러 녹음파일을 잘라낸 것이냐”고 물었다. 정 회계사는 “잘라내지 않았고, 업무와 상관없겠다 싶어서 제외했다”고 했다.

또 변호인이 “김씨는 ‘이재명 게이트’라는 말을 하는데, 이재명 게이트가 무엇이냐”고 묻자 “잘 모르겠다”고 정 회계사는 답했다. 김씨가 “이재명이 이게 돼”라고 말한 것이 엄지를 치켜세우며 대통령이 된다는 의미 아니었느냐는 질문도 있었다. 정 회계사는 “그 정도로 예상되지만 정확하진 않다”고 했다. ‘이재명 게이트’란 표현은 2020년 10월 26일 김씨와 정 회계사 대화 녹취록에 나온다.

이날 재판에 등장한 녹취록에 따르면 김씨는 이 대표는 물론 윤석열 대통령 등의 이름도 수시로 불렀다.

변호인 측은 2020년 10월 26일자 녹취록에서 김씨가 “윤석열이는 형(김만배)이 가지고 있는 카드면 죽어”라고 말하자 정 회계사가 “예”라고 답한 대목을 제시하며 “무슨 카드를 가졌다는 말이냐”고 묻기도 했다. 그러자 정 회계사는 “그냥 대화 과정에서 동의를 한 것”이라며 “실제 어떤 카드인지 모른다”고 했다.

또 변호인은 “김씨가 증인에게 평소 ‘나는 윤석열하고도 싸우는 사람이고 (윤석열에게) 욕도 했다’고 이야기했나” “김씨가 이재명 당시 경기지사에겐 ‘이재명님’이라는 표현을 했나”라고 물었다. 정 회계사는 이 질문들에 “그렇다”고 했다.

법정에서 공개된 녹취록은 정 회계사가 대장동 개발 민간업자 등과 2012∼2014년, 2019∼2020년 나눈 대화나 통화를 녹음한 것이다. 앞서 곽 전 의원은 지난달 26일 재판 휴정시간에 취재진을 향해 현재 검찰이 수사 중인 상황을 가리켜 “흥미롭게 보고 있다”며 “세월이 흐르니 ‘이재명 게이트’임이 드러나고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