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영 서울 용산구청장이 지난달 29일 이태원 참사가 발생하기 직전 두 차례 현장 근처를 지나간 것으로 확인됐다. 압사 참사가 시작된 때로 파악된 당일 오후 10시15분을 기준으로 약 1시간 55분 전과 1시간가량 전이다.
2일 용산구에 따르면 박 구청장은 이태원 참사 당일 오후 8시20분과 9시를 조금 넘어 두 차례 이태원 ‘퀴논길’을 지나갔다. 퀴논길은 참사가 발생한 해밀톤 호텔 옆 골목의 도로 맞은편에 있는 상가 뒷길이다. 사고 현장에서 184m가량 떨어져 있는 곳으로 걸어서 4분 거리에 불과하다.
사고 전 인근을 지나면서 위험 상황을 목격했음에도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은 것이다. 용산구는 순시나 순찰 목적으로 간 게 아니라 우연히 그 시간 지나가면서 현장을 본 것이라고 해명했다. “박 구청장이 지방 일정이 있어서 다녀오는 길에 구청 근처에서 내려 퀴논길을 걸어가게 된 것”이라는 게 구 관계자의 설명이다.
당시 이태원에 이미 대규모 인파가 몰려 있었는데도 그냥 지나친 이유에 관해선 “이태원은 원래 금요일과 토요일에 사람이 많은 곳”이라며 “평상시 주말 수준의 이태원이라고 생각한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압사 참사가 발생하기 4시간 전부터 ‘압사당할 것 같다’는 등 위험 징후 신고가 접수되고 있었다. 당일 오후 6시34분 상황의 심각성을 알리는 첫 신고가 들어왔다. 이후 오후 8시9분 역시 사고 위험을 감지한 신고자의 출동 요청이 있었다. 박 구청장이 퀴논길에 처음 도착하기 약 11분 전이다.
이어 오후 8시54분과 9시, 9시2분, 9시7분, 9시10분 ‘압사’를 걱정하는 시민들의 다급한 도움 요청이 연달아 들어왔다. 서울 실시간 도시데이터 상에는 사고 당일 오후 10시 이태원관광특구에는 5만7340명이 모여 ‘매우 붐빔’ 수준으로 기록됐다. 이는 금요일인 전날 같은 시간보다 1.9배 많은 수치다.
다만 구 관계자는 “당시 퀴논길은 북적이는 수준이었고, 오후 9시쯤에도 특별히 위험스럽다고 생각되지는 않는 정도였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박 구청장도 ‘그럴 줄 알았으면 나도 (이태원역 주변으로) 갔을 텐데, 나도 가볼걸’이라고 말한다”라고 전했다.
일각에선 핼러윈 기간 대규모 인파가 모일 것을 예상하고도 구청장이 당일 지방 출장을 갔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구는 “자매도시인 경남 의령군에서 축제가 있었고 초청 공문을 받아 다녀온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전에도 여러 차례 초대를 받았지만, 취임 후 바빠서 응하지 못하다가 주말을 맞아 다녀왔다는 것이다. 의령군은 박 구청장의 고향이기도 하다.
박 구청장은 사고 발생 소식을 주민 제보로 당일 오후 10시51분에 들었다고 밝혔다. 사고 발생 후 36분 만이다. 소방본부를 제외하면 다른 당국자들보다는 인지 시점이 빨랐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