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회 연속 ‘자이언트스텝’ 유력… 파월 기자회견에 촉각

입력 2022-11-03 00:01 수정 2022-11-03 00:01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지난 9월 2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페드 리슨(Fed Listen)’ 행사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의 기준금리와 향후 긴축 기조를 확인할 ‘운명의 새벽’이 다가왔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11월 정례회의를 종료하는 3일(한국시간) 오전 3시 성명을 내고 기준금리를 발표한다.

이미 4회 연속 ‘자이언트스텝’(0.75% 포인트 금리 인상) 가능성에 힘이 실리는 금리인상률보다 주목할 건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기자회견이다. 파월 의장의 발언에 향후 긴축 속도와 강도를 가늠할 ‘힌트’가 담길 것으로 보인다.

파월 의장을 포함한 FOMC 구성원들은 지난 1일부터 이틀 일정으로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이제 미국 동부시간으로 2일 오후 2시, 한국시간으로 3일 오전 3시가 되면 연준은 성명을 내고 기준금리를 발표한다. 가장 최근 FOMC 정례회의는 지난 9월 22일에 끝났다. 당시 연준은 3회 연속 자이언트스텝을 단행해 기준금리를 3.00~3.25%로 끌어올렸다. 이는 2008년 1월 이후 14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세계 금융·증권가는 연준의 4회 연속 자이언트스텝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의 금리 인상률 전망에서 2일 오후 6시 기준 자이언트스텝을 예상한 비율은 87.5%로 우세했다. ‘빅스텝’(0.5% 포인트 금리 인상)에 힘을 실은 의견은 12.5%로 집계됐다. 연준이 또 한 번의 자이언트스텝을 단행하면 미국의 기준금리는 3.75~4.00%로 치솟는다.

중요한 건 연준의 성명 발표 직후에 시작될 파월 의장의 기자회견이다. 파월 의장이 지금의 ‘매파’(반시장)적 긴축 기조를 유지하면 주식·채권을 포함한 자산시장은 크게 요동칠 수 있다. 반대로 올해 마지막인 12월 FOMC 정례회의에서 긴축 기조를 완화할 가능성을 내비치면 뉴욕증시는 다시 상승할 동력을 얻게 된다.

시장은 연준의 속도조절론을 기대하고 있다. 연준 내부 사정에 정통한 미국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 22일 연준의 일부 고위 인사 사이에서 고강도 긴축으로 불필요하게 경기 침체를 일으킬 위험을 피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기 시작했고, 이에 따라 FOMC 12월 정례회의에서 빅스텝 수준으로 금리 인상률을 내려 긴축 속도를 조절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반면 연준의 고강도 긴축이 계속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독일 도이체방크, 일본 노무라증권, 크레디트스위스를 포함한 각국 금융사 애널리스트들은 연준이 11월에 이어 12월에도 자이언트스텝 수준으로 금리를 올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매슈 루제티 도이체방크 미국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물가상승률이 여전히 높다면 최고 금리에 빠르게 도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준의 긴축 기조를 놓고 엇갈리는 전망에서 시장의 분위기는 다소 낙관적으로 기울었다. 미국 뉴스채널 CNN에서 시장의 심리를 백분위로 표시하는 ‘공포와 탐욕 지수’는 2일 오후 6시 기준 ‘탐욕’ 초기 구간에 들어온 56을 가리켰다. 탐욕보다 낮은 분위기를 나타내는 ‘중립’의 상한선은 55다. 파월 의장의 기자회견에서 ‘매파’적 발언을 확인하면 시장은 순식간에 얼어붙어 중립이나 ‘공포’ 구간에 들어갈 수 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