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임병들의 조직적 괴롭힘으로 후임병이 극단적 선택을 해 사망한 사건을 개인의 정신적 문제로 왜곡한 사건의 진상이 37년 만에 밝혀졌다.
대통령 소속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는 1일 “제56차 정기회의를 전날 개최해 사망 사건 32건의 진상을 규명하는 등 모두 44건의 진정 사건을 종결했다”고 밝혔다.
위원회는 지난 8월 29일 제54차 정기회의에서 고(故) 양 일병 사건 등의 진상을 규명한 내용을 공개했다.
위원회에 따르면 사건 발생 당시인 1985년 군의 중요사건 보고엔 ‘양 일병이 평소 자신의 이상과 현실이 다르다며 염세 비관하던 중 소대장 숙소를 청소하다가 총기로 자해 사망했다’고 기록돼 있었다.
하지만 위원회는 양 일병이 ‘주변 관계가 우호적이었을 뿐만 아니라 입대 후 명랑하고 끈기가 있다’는 평가를 받은 점 등을 보았을 때 그가 염세 비관만으로는 자해할 개연성이 없다고 판단해 조사를 벌였다.
조사 결과 사고 당시 양 일병이 소속된 소대 병력 27명 중 병장이 23명이 될 정도로 계급 분포에 있어 불균형이 심각했던 사실이 밝혀졌다. 아울러 이 때문에 병장 이하 후임들은 조직적이고 지속적인 폭행과 가혹 행위에 노출된 것도 확인됐다.
특히 당시 선임들이 숨진 양 일병 등에게 전투화발로 가슴을 차거나, 도끼자루로 구타를 하는 등 폭력을 행사하고 암기 및 각종 부당 행위를 강요한 것으로 조사됐다.
위원회는 당시 양 일병 소속 부대 지휘부가 이런 정황을 알면서도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양 일병은 끝내 극단적 선택을 했다고 판단했다.
위원회는 “양 일병이 병영 부조리와 부대 관리 소홀을 견디다 못해 유명을 달리했음에도 군 수사결과에선 단순 개인 사정으로 축소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더해 양 일병의 명예 회복을 위한 조치를 취할 것을 이종섭 국방부 장관에게 요청했다.
위원회는 군내 사망사고와 관련, 총 1787건의 진정사건 중 현재까지 1356건을 종결했고 431건을 처리 중이다.
이지민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