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시간 41분만에’ 재난문자…그나마도 ‘교통안내’ 그쳤다

입력 2022-11-02 00:03 수정 2022-11-02 00:03
지난 29일 밤 서울 용산구 이태원 일대에서 대규모 심정지 사고가 발생한 뒤인 30일 새벽 경찰 및 소방구급 대원들이 현장을 수습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이날 이태원에는 10만명 이상의 인파가 몰렸다. 뉴시스

지난 29일 이태원 참사 당시 현장에 있던 인파도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할 수 없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핼러윈 행사 중에 누구도 상상하기 힘든 사고가 벌어졌던 만큼 경찰 인력이나 구급차를 코스프레나 퍼포먼스의 하나로 오해했다는 해명도 나왔다. 이런 상황에서 유용한 수단인 재난문자마저 제대로 활용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행정 당국의 대처가 아쉬웠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태원 참사 당시 현장에서는 인근 클럽 등에서 나오는 노랫소리와 여전히 몰려드는 인파로 구조 작업에 어려움이 빚어졌다. 심정지 환자들이 속출해 ‘골든타임’을 위한 주변 협조가 절실했지만 구조 인력이 진입하는 데도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렸다. 일부 시민이 사고 현장 근처에서 노래하고 춤추는 모습이 포착돼 공분을 사기도 했다.

인파가 몰려 한 치 앞도 내다보기 힘든 상황 속에 사고 상황이 빠르게 전파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렇다 보니 당시 재난문자를 활용한 알림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은 것이 문제라는 지적이 나왔다.

재난문자는 기지국 정보를 기반으로 발송되는 만큼 특정 지역에 있는 사람에게 재난 정보를 알리기에 효과적이다. 실제 사건 당일 서울시와 용산구는 9건의 관련 재난문자를 발송했다.

하지만 발송된 재난문자는 접근을 자제하고 귀가를 독려하거나 차량의 우회를 당부하는 내용에 그쳤다. 이마저도 사고 발생 초기에 이뤄지지 않았다.

서울시는 사고가 발생한 지난달 29일 오후 11시56분쯤 첫 재난문자를 보냈다. 내용은 ‘용산구 이태원 해밀톤호텔 앞 긴급사고로 현재 교통통제 중. 차량 우회 바랍니다’라는 것이었다.

참사 관련 첫 신고가 접수된 당일 밤 10시15분 기준으로 최소 1시간41분이 지나서야 재난문자가 발송된 것으로, 그나마도 정확한 사고 내용은 담겨 있지 않았다.

용산구 역시 30일 0시11분쯤 ‘이태원역 해밀톤호텔 일대 사고 발생으로 인하여 통제 중. 시민께서는 이태원 방문 자제 및 차량 우회 바랍니다’라는 내용의 재난문자를 처음 보냈다.

역시나 발송된 문자는 차량 우회 및 접근 자제, 귀가 독려를 알리는 내용에 그쳤다.

31일 국민안전재난포털에 따르면 사고가 발생한 지난 29~30일 오전 사이 서울시는 7차례, 용산구는 2차례 재난문자를 발송했다. 재난문자 캡처

서울시와 용산구는 ‘인명피해’ ‘사망’ 등의 표현이 불안감을 조성할 수 있어 완곡하게 표현했다는 입장이다.

이호성 서울시 안전총괄과 재난상황팀장은 “재난문자는 재난을 관리하는 주무부처의 요청이 있을 때 발송한다”며 “이번 사고의 경우 현장에 나가 있던 재난협력팀이 구급차의 소통이 원활하지 못한 것을 파악하고 차량 우회를 당부하는 재난문자를 요청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당 문자가 상황의 심각성을 알리기에 부족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해당 사고와 관련 없는 사람들도 보게 되는 것이기 때문에 직접적인 표현보다는 완곡한 표현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이어 “(사망 여부 등) 현장 상황을 몰랐다. CPR(심폐소생술) 중인 것으로 알고 있었고 정확한 사망 판정에 대해서는 저희가 알 수 없다”며 “(인명 피해가 확인된 후에도) 꼭 사망이라고 표현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김유진 용산구청 안전재난과 주무관은 “불안감을 조성할 수 있어서 일단 ‘사고 발생’으로 보냈다”며 “문구를 어떻게 보낼지 내부적으로 상의한 결과 그렇게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주연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