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한·미 연합공중훈련 ‘비질런트 스톰’이 31일 시작된 것과 관련해 즉각 외무성 담화를 내고 ‘보다 강화된 조치’, ‘대등한 대가’까지 거론하며 위협 수위를 높이고 나섰다.
또 ‘비질런트 스톰’에 대해선 “침략형 전쟁 연습”이라고 규정하며 자신들의 군사 조치가 ‘자위적 대응’이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북한이 약 5년 만에 펼쳐지는 대규모 한·미 연합공중훈련을 명분 삼아 7차 핵실험·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등 한 차원 높은 고강도 도발에 나서기 위한 예고 메시지를 발신한 모양새다.
앞서 우리 정보당국은 북한이 미국 중간 선거 하루 전인 오는 7일까지 7차 핵실험을 감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다만 ‘이태원 참사’에 따른 남측 여론 등이 북한의 도발 시기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북한 외무성은 31일 대변인 명의의 담화를 내고 “미국이 계속 엄중한 군사적 도발을 가해오는 경우 보다 강화된 다음 단계 조치들을 고려하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북한은 최근 한 달 새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해안 포사격, 군용기 위협 비행 등의 도발을 연이어 강행해왔는데 그보다 높은 수준의 도발을 시사한 것이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1일 “보다 강화된 다음 단계 조치들을 고려하게 될 것이라고 언급한 것은 결국 7차 핵실험, ICBM,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시험 발사 등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런 전략적 도발을 한차례가 아닌 연속적으로, 동시적으로 감행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외무성은 또 “주권국가의 ‘정권종말’을 핵전략의 주요 목표로 삼고있는 미국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 대한 무력 사용을 기도하는 경우 자기도 대등한 대가를 치르게 된다는 것을 각오해야 한다”며 “조선 인민군 부대들의 최근 군사 훈련들이 미국과 남조선에 의해 조성된 불안정한 안보환경 속에서 진행되었다는데 대하여 다시 한번 상기시킨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북한이 한반도 위기 고조의 책임을 한·미에 떠넘기면서 향후 이뤄질 고강도 도발을 앞두고 명분 쌓기에 나섰다고 보고 있다.
다만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의 대남 전략·전술이 매우 정교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태원 참사에 따른) 남측의 국가애도기간이 북한 도발 시점에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며 “북한 도발로 우리측 여론이 안 좋아 질 수 있다는 점을 신경쓸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미가 최근 수위를 높여가며 대북 억제조치를 강화하고 있지만 북한도 이에 굴하지 않고 주고받기식 맞대응을 반복하면서, 일각에선 억제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한·미 연합훈련 등이 억제 효과보다 도발 강화의 명분으로 작용하고 있는 상황에도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소재 미 국방부에서 열리는 제54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에 참석하기 위해 1일 미국으로 출국했다.
이 장관은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부 장관과 만나 미측이 제공하는 확장억제 실행력, 즉 ‘핵우산’을 강화하는 방안에 대해 집중적으로 협의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이번 SCM에서 핵추진 항공모함, 전략폭격기 등 미측 전략자산의 유사시 한반도 전개 및 운용 방안이 구체화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국방부 관계자는 “북한의 핵무기 선제 사용 위협 등 긴박한 국면에서 확장억제 실행력을 높이고, 북한에 엄중한 메시지를 담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용일 정우진 기자 mrmonst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