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발발이’로 불린 연쇄 성폭행범 박병화(40)가 출소한 지 이틀째인 1일 인근 지역 초등학교 학부모들이 그의 퇴거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박병화는 전날 오전 청주교도소에서 징역 15년의 형기를 마치고 출소한 뒤 주거지를 경기 화성시 봉담읍 소재 원룸으로 정했다.
봉담읍 초등학생 학부모 50여명은 이날 오전 박병화가 머무르는 원룸 앞에서 정명근 화성시장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학교 밀집 지역인 이곳에 성폭행범의 거주를 결사반대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봉담은 유치원부터 초·중·고교에 대학교까지 있는 아이 키우기 좋은 곳”이라며 “그런데 반경 1㎞ 내에 성범죄자가 거주한다는 소식에 지역은 발칵 뒤집힌 상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곳에 사는 저희 아이들에게 끔찍한 성범죄 재범이 발생하면 법무부가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라며 “대학가, 학교 밀집 지역이라는 주변 환경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이곳에 박병화의 거주를 허락한 사람은 도대체 누구인지 묻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학부모들은 “박병화는 퇴거하라”, “법무부도 각성하라”, “아이 낳고 안전하게 살 수 있는 환경을 보장하라” 등의 구호를 외친 뒤 해산했다.
박병화가 거주할 원룸은 한 대학교 후문에서 100m가량 떨어진 곳에 있다. 골목길을 따라 3~4층 높이의 원룸 건물들이 밀집한 원룸촌이다. 이곳에는 주로 학생들과 인근 공단에서 근무하는 근로자들이 입주해 있다. 500m가량 떨어진 곳에는 초등학교도 한 곳 있다.
박병화 가족은 지난달 25일 화성 모 대학교 앞 부동산중개업소를 찾아 보증금 100만원에 월세 30만원, 12개월짜리 임대차 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이 가족은 “조카가 거주할 예정이어서 대신 계약하러 왔다”며 임차인 성명란에 박병화라고 적고, 박병화 이름으로 된 도장을 찍었다.
정 시장은 전날에 이어 원룸 주변을 돌며 위험 상황을 점검한 뒤 “박병화 가족이 임대차 계약 과정에 위임장을 제출하지 않는 등 절차상 하자가 발견돼 이를 명목으로 계약을 무효로 하는 절차를 진행 중”이라며 “아울러 건물주도 당사자에게 퇴거를 요청하고 불응할 시 명도소송 할 것을 요청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박병화가 거주하기로 한 원룸 주인도 세입자가 박병화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며 강제 퇴거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했다.
화성시는 이날 오후 수원보호관찰소 측과 만나 시와 사전 협의 없이 박병화가 비밀리에 봉담에 거주하게 된 것에 대해 항의하고, 앞으로의 안전 대책에 대해 논의하기로 했다.
경찰도 법무부·보호관찰소와 협의해 치안 강화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박병화의 거주지 관할 보호관찰소와 핫라인을 구축해 공동 대응체계를 구축할 예정이다. 또 경찰서 여성·청소년 강력팀을 특별대응팀으로 지정해 관리에 나서기로 했다. 박병화의 주거지 주변에서 방범 진단을 벌인 뒤 지방자치단체와 협조해 CCTV도 확충할 계획이다.
박병화는 2002년 12월부터 2007년 10월까지 수원시 권선구, 영통구 등지의 빌라에 침입해 20대 여성 10명을 성폭행한 혐의로 구속돼 15년형을 선고받고 복역한 뒤 전날 형기를 마쳤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