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지켜줘 미안해”… 시간 멈춘 이태원역 1번 출구 [포착]

입력 2022-11-01 07:44 수정 2022-11-01 10:48
이태원 참사 이후 시민들의 추모 행렬이 이어지는 31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 177에서 한 추모객이 두 손을 모아 기도하고 있다. 최현규 기자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친구들아. 그곳에선 아무 걱정 말고 푹 쉬어.”

지난 29일 이태원 참사가 벌어진 후 서울 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 1번 출구에는 추모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이태원 참사 이후 시민들의 추모 행렬이 이어지는 31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 177에서 추모의 메시지가 놓여있다. 최현규 기자

사고 다음 날인 30일 이른 오전부터 31일 늦은 밤까지 시민들은 사고 현장과 가까운 이곳을 자발적인 추모 공간으로 삼아 희생자들의 안타까운 죽음을 기리는 뜻을 전했다.

이곳을 찾은 시민들은 국화꽃을 헌화하거나 추모 메시지를 적은 종이쪽지를 내려놓으며 고인들을 기렸다. 두 손을 모으고 기도하거나 초콜릿 젤리 등 음식을 놓고 가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이태원 참사 이후 시민들의 추모 행렬이 이어지는 31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 177에서 추모의 꽃이 놓여있다. 최현규 기자

31일 오전 이태원 합동분향소는 서울광장과 이태원 인근 녹사평역 광장에 설치됐다.

하지만 시민들은 사고 현장 바로 옆인 이태원역 1번 출구에 자발적으로 추모 공간을 마련했다. 이곳은 사고 현장과 20m 떨어진 곳이다.

이태원 참사 이후 시민들의 추모 행렬이 이어지는 31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 177에서 추모의 메시지가 놓여있다. 최현규 기자

이태원 참사 이후 시민들의 추모 행렬이 이어지는 31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 177에서 추모의 메시지가 놓여있다. 최현규 기자

시민들은 “다른 세상에선 부디 행복하시길”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위에서는 행복하세요”라는 추모 메모를 적었다.

한 이태원 주민이 “아까운 아들딸 미안해, 정말 미안해. 이태원 주민으로서 지켜 주지 못했어. 좋은 곳으로 가거라 얘들아”라고 적은 메모도 눈에 띄었다.

이태원 참사 이후 시민들의 추모 행렬이 이어지는 31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 177에서 추모의 메시지가 놓여있다. 최현규 기자

이태원 참사 이후 시민들의 추모 행렬이 이어지는 31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 177에서 추모의 메시지가 놓여있다. 최현규 기자

한 시민은 가지런한 글씨로 “좋은 곳으로 가서 젊음을 마음껏 즐기고, 하고 싶은 것, 가고 싶은 곳 마음껏 하며 행복하게 사세요. 해줄 수 없는 게 미안합니다”라고 적은 종이를 붙였다.

20학번이라고 밝힌 대학생은 “서로는 모르지만 저와 같은 청년이자 돈벌기 위해 노력한 청년이자 꿈을 이루기 위해 힘쓰던 청년. 이제는 자유를 갖고 하고 싶은 걸 맘껏 하기를”이라고 적힌 액자를 세웠다.

31일 오전 서울 용산구 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 1번 출구 앞에 마련된 '핼러윈 인파' 압사 사고 희생자 추모 공간을 찾은 시민이 헌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기독교인으로 추정되는 한 시민은 “미안합니다. 더 많이 더 즐기고 더 꿈을 꾸고 더 사랑해야 하는데 미안합니다. 부디 하늘나라에서 더 맘껏 더 자유롭게 평화를 누리시길 기도합니다. 주여 이들을 보호하소서”라고 적은 종이를 포개진 국화꽃 위에 올려뒀다.

31일 오전 서울 용산구 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 1번 출구 앞에 마련된 '핼러윈 인파' 압사 사고 희생자 추모 공간에 생존자가 남긴 추모 메시지와 꽃다발이 놓여 있다. 연합뉴스

31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에 마련된 압사 사고 추모공간에 시민들의 애도 문구가 적혀 있다. 연합뉴스

현장 구조에 나섰던 것으로 보이는 다른 시민은 “한 분이라도 더 살렸어야 했는데 죄송할 뿐”이라며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기도합니다. 고인들의 명복을 빌며”라고 적힌 편지를 남겼다.

한 고등학생은 “어찌 이런 일이…”라며 “숫자로는 표현 못할 하나하나의 생명들에 애도를 표합니다”라는 메모지를 지하철역 난간에 붙였다.

추모 행렬은 31일 늦은 밤까지 이어졌다. 이후로도 희생자들의 안타까운 죽음을 추모하는 발걸음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31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핼러윈 인파' 압사 사고 현장 인근 상점에 휴업 메시지가 붙어 있다. 연합뉴스

이태원 일대 가게들도 추모에 동참했다.

이태원관광특구협의회에 따르면 30∼31일 이틀간 이태원로 주변 100여 업소가 문을 닫고 추모에 동참하기로 했다.

업종을 불문한 다수의 가게들은 국가애도기간이 끝나는 오는 5일까지 휴업하겠다는 안내문을 내걸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