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고 혐의로 검찰에 송치된 이후 침묵을 이어온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압사 사고 위험을 방지할 밀집지 안전대책 4가지를 제언했다.
이 전 대표는 지난 31일 페이스북에 “참사 이후 낮과 밤은 뒤바뀌었고, 지난 40여 시간 동안 말을 보태지 못했다. 너무 안타깝기도 했고 누군가를 지목해서 책임 소재를 묻는 일보다는 조금이라도 이런 상황을 방지하는 방법이 없을까를 고민했다”며 말문을 열었다. 무고 혐의로 검찰에 송치된 지난달 13일 혐의를 부인하는 내용의 글을 올린 뒤 잠행한 지 18일 만이다.
그는 “대학에서 졸업한 뒤 한국에 돌아와 부모님과 10년을 이태원에서 살았다”며 “사고가 발생한 골목이 아니더라도 위험한 지점은 많다. 4차선 도로의 도로변 에스컬레이터가 설치될 공간도 나오지 않는 6호선 출입구들과 심도가 깊은 역사도 그날의 상황에서는 못지않게 위험했다”고 지적했다.
이 전 대표는 압사 사고 예방을 위해 ‘데이터 기반 서울시내 지하철 무정차 운행’ ‘고성능 스피커 소통 시스템’ ‘재난문자 활용’ ‘경찰 인력 확보 및 권한 확대’ 4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이 전 대표는 “앞으로 서울시내 지하철 노선은 철저하게 데이터 기반으로 무정차 운행해야 한다”며 “통신사 기지국 밀집도 데이터와 교통카드 승하차 인원 통계를 바탕으로 사람의 의사 판단이 아니라 자동으로 무정차 운행을 시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태원역에서 지속해서 하차해 이태원으로 유입되는 사람의 수를 조기에 조절했다면 조금 상황이 완화됐을 것”이라며 “무정차 운행 등의 시행을 재난 문자를 통해 인근 사람들에게 자동으로 전파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이 전 대표는 인파 밀집 지역에 상황 전파를 용이하게 하기 위한 대형 스피커를 설치하자는 방법도 제안했다. 그는 “이번 사고에서도 앞에서 벌어지는 일이 뒤로 전파되지 못해 조기에 통로가 확보되지 못하고 사고가 커진 것으로 보인다”며 “사람들이 밀집된 지역에서는 고출력, 고성능 스피커로 PA(Public Address) 시스템을 CCTV가 설치된 기둥마다 더해 설치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재난문자의 적극적인 활용을 강조했다. 그는 “재난문자는 적극 활용되어야 한다. 이번에도 적극적인 상황전파, 의료지원행위가 가능한 사람의 집결, 귀가지침 및 교통안내 등에 적극적으로 재난문자가 사용돼야 했다. 법 개정을 통해 빠르게 바꿔야 한다”고 조언했다.
비상시 질서 유지를 위한 경찰과 지방자치단체의 권한을 강화하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도 언급했다. 이 전 대표는 “경찰과 지자체에 이런 상황이 발생했을 시 일시적이고 즉각적인 영업 중지 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법 개정을 해야 한다. 업장별로 틀어놓은 음악만 중지돼도 상황전파에 큰 도움이 되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용산 기지 반환이 완료되면 녹사평역 3번 출구와 4번 출구 인근은 세종로 지하 주차장처럼 대규모 지하 주차장으로 공간을 할당해서 개발해야 한다”는 방안도 거론했다. 또 “이태원로 전체와 보광로 일부를 주말이나 공휴일에는 차 없는 거리로 전환해야 한다”고도 했다.
이 전 대표는 “안타까운 마음에 머릿속에 도는 파편들이 많다”며 “이태원 일대에 대한 대책으로 국한돼서도 안 된다. 정부와 정치권은 신속하게 대책 수립과 필요한 법 개정을 해나가야 한다. 밀집지 안전대책에 대한 폭넓은 고민과 집중적인 투자로 다시는 이런 참사가 발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이어 “하지만 무엇보다도 시간을 이틀 전으로 되돌릴 수 없는 것이 가장 안타깝다”며 “다시 한번 추모하고 애도한다”고 덧붙였다.
핼러윈 인파가 몰린 지난달 29일 이태원에서 압사 사고로 희생된 사망자는 총 155명으로 집계됐다. 부상자는 152명에 달한다. 사망자 중 여성은 100명, 남성은 55명이다. 외국인 사망자는 14개국 26명이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