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감 느껴…” 경찰·소방관에만 문 연 이태원 빵집 ‘뭉클’

입력 2022-11-01 00:03 수정 2022-11-01 00:03
뚜레쥬르 페이스북 캡처. 사진은 기사내용과 무관함.

이태원 참사로 숨진 이들을 추모하기 위해 이태원 일대 상인들이 자발적으로 휴업에 돌입한 가운데 한 빵집이 문을 열어 눈길을 끌고 있다. 이 빵집 또한 추모에 동참하기 위해 11월 5일까지 공식적으로 문을 닫기로 했지만 사고 수습에 나선 경찰과 소방관들에게 커피와 음료를 무료로 제공하기 위해 문을 열었다. 소식을 접한 누리꾼은 “감동적”이라며 찬사를 보냈다.

31일 한겨레에 따르면 이태원 참사 현장과 불과 240m 떨어진 빵집 뚜레쥬르 이태원점은 소방관과 구급대원, 경찰들을 상대로 커피와 음료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이 가게 입구엔 국가애도기간인 11월 5일까지 휴점한다고 적혀 있다. 하지만 카운터 앞에는 “소방관, 구급대원, 경찰분들께 커피 및 음료 제공”이라는 안내가 붙어 있다.

점주 오은희(42)씨는 한겨레와의 인터뷰에 “사고 당일 손님 한 분이 커피를 사러 오셨는데 소방관분들 드린다고 했다. 그래서 그냥 가져가라고 했다”며 “그 이후로 오전 6시30분부터 오후 5시까지 음료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씨는 이 같은 선행을 국가애도기간이 끝나는 11월 5일까지 계속할 예정이라고 했다.

그는 이태원에서 장사하는 업주 입장에서 이번 참사에 대해 큰 책임감을 느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있을까 고민하다가 이같이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유가족분들의 마음을 다 헤아리기는 어렵겠지만 이태원 상인들도 노력하고 있으니 조금 더 힘을 내셨으면 좋겠다”고 위로했다.오씨는 또 “사고가 난 시점에 경찰, 소방관분들이 출동하려 해도 사람들이 길을 안 비켜주니까 엄청 힘겨워했다”며 “노력을 많이 하셨는데 질책만 받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소식을 접한 많은 누리꾼은 찬사를 보냈다. “점주의 따뜻한 마음에 뭉클했다” “대단하다” “업주분들도 힘들텐데 감사하다” 등의 반응이 이어졌다. 일부 누리꾼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발언을 떠올리며 대조적이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지난 30일 “통상과 달리 경찰이나 소방 인력이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었던 문제는 아니었던 것으로 지금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음 날 이태원 참사 사망자 합동분향소에서도 이 장관은 “경찰‧소방 인력 배치 부족이 사고의 원인이었는지 의문이 든다”며 “운집 규모 대비 경찰 병력은 특이 동향은 없었다”고도 했다.

이후 정치권 안팎에선 재난 안전 주무 부처 수장으로서 무책임한 발언이라는 질타가 쏟아졌다. 비난 여론이 계속되자 행안부는 이날 오후 출입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정확한 사고 원인을 파악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국민께서 염려하실 수도 있는 발언을 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지금 당장은 사고 수습에 전념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본인의 발언이 정부의 공식 입장인지 수정할 계획은 없는지에 대해서는 별다른 답변을 하지 않았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