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생존자 “남녀 4~5명이 뒤에서 ‘밀어라’ 말해”

입력 2022-10-31 11:02 수정 2022-10-31 12:54
31일 오전 경찰 관계자들이 서울 용산구 이태원 세계음식문화거리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태원 참사 당시 골목 위쪽에서 누군가가 고의로 밀었다는 다수의 증언이 온라인상에서 확산하는 가운데 사고 현장 생존자가 “4~5명의 남성과 여성들이 ‘밀어라’ 이런 말을 시작했다”고 증언했다.

생존자 A씨는 31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사고 당시 “실제로 ‘밀어, 밀어’ 소리를 들었다”며 이처럼 말했다.

A씨는 “처음에는 4~5명의 남성과 여성분들이 ‘밀어라’ 이런 말을 시작했다”며 “그 이후 여러 명이 그 말을 따라 하면서 미는 압박이 더 강해졌다”고 설명했다.

동시에 앞쪽에서는 ‘뒤로, 뒤로’라고 소리쳤지만, 주변 클럽 등 가게들의 음악 소리가 너무 커 전혀 의사소통이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A씨는 “바로 옆 사람과는 대화가 되지만 한 사람만 건너뛰어도 대화가 힘든 상황이었다”며 “(앞에서) 비명을 질러도 뒤에서는 사람들이 신나서 지르는 줄 알고 더 밀었다”고 말했다.

골목길 벽 쪽에 있었던 A씨는 건물 위에 있던 사람들로부터 구조됐고, 인파 속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고 했다.

구조되기 전 골목길에 같이 끼어 있던 사람들 중에서는 의식을 잃어 눈에 초점이 없는 사람, 얼굴색이 변한 사람도 있었다며 참혹했던 상황을 전했다.

다수의 시신이 대로변에 놓인 상황에서 음악에 맞춰 춤을 췄던 사람들을 직접 목격했다는 A씨는 이들이 충분히 사고 상황을 인식하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A씨는 “고개만 돌리면 보이는 그런 심각한 상황에서 그러고 있다는 게, 인간적으로 옳지 않지 않나 생각했다”며 “구급차도 보이고 그러는 상황인데 어떻게 그럴 수 있나 이런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진행자가 ‘모를 수가 없는 상황이었느냐’고 거듭 질문하자 A씨는 “절대 모를 수가 없다”고 말했다.

A씨는 사람들 간 소통이 불가능할 정도로 큰 노랫소리가 사고 피해를 키우는 요인이었다고 말했다. 또 좁은 골목길의 특성상 시야가 좁아져 위험한 상황인 것을 뒤에서 파악하지 못한 것 또한 문제였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는 골목길 뒤쪽에서 앞쪽으로 가기 위해 민 사람들로 인해 사고가 발생했다고 A씨는 말했다.

경찰은 서울 이태원동 해밀톤호텔 뒤편 골목길에 설치된 CCTV 영상을 다수 확보해 분석 중이다. 또 SNS에 게재된 사고 당시 현장 동영상을 확보해 상황을 재구성하고 있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