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9일 발생한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서울의 한 대형 병원 소속 남성 간호사가 병원 출근 모습 및 심정지 환자가 병원에 도착한 상황 등을 30일 ‘브이로그’(일상을 동영상으로 촬영한 콘텐츠) 형식으로 올렸다가 논란이 일자 삭제했다.
이 간호사는 참사를 유튜브 콘텐츠로 활용했다는 비판이 나오자 “의료인으로서 최선을 다 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다”며 사과하고 영상을 삭제했다.
2분 가량 해당 영상에는 간호사 A씨가 택시를 타고 병원으로 이동하면서 택시기사에게 “최대한 빨리 응급실로 가달라”고 부탁하는 모습, 병원에 도착한 후 응급실로 뛰어가는 모습 등이 담겼다.
이어 ‘벌써 네 번째 심정지 환자가 도착했다’는 자막과 함께 병상으로 보이는 침대 주변에 병원 의료진들이 서 있는 모습, 의료기구와 의료용 장갑, 병원 시계 등의 모습도 담겼다.
환자의 모습이나 진료 행위가 직접적으로 영상에 나오지는 않는다.
이후 A씨는 계단을 내려오며 “2시간30분 동안 열심히 소생술하고 지금 퇴근하는 길”이라며 “다 20~30대 젊은 환자들이라 안타깝다. 다 살리지 못해 너무 아쉽다”고 말했다.
A씨가 병원 문 밖을 나선 후 영상은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는 자막으로 마무리됐다.
해당 영상에는 “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한 참사를 유튜브 콘텐츠로 활용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간호사가 응급실 상황을 브이로그로 찍고 편집해 올렸다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 등의 비판 댓글들이 달렸다.
반면 일부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병원 및 의료진 상황도 알 수 있는 영상” “환자 모습이 직접 나온 것도 아닌데 큰 문제는 아닌 것 같다” 등의 반박 의견도 나왔다.
논란이 일자 A씨는 “비난의 댓글이 많아 속이 상한다. 동료 연락을 받고 무(無)페이로 가서 3시간 동안 환자 살린 후 퇴근한 다음에 편집했다”며 “그런 거 찍을 시간에 환자 살리겠다고 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환자가 있을 때는 영상을 찍지 않았다”고 입장을 밝혔다.
또 “병원과는 상관없이 개인적으로 판단해 제작한 영상”이라며 “조회수 각을 잡아서 신났겠다고 하는데 저는 의료인으로서 최선을 다한 모습을 보여드리려고 했다. 불편을 끼쳐드려 정말 죄송하다”고 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