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로! 뒤로!”
29일 밤 10시50분쯤 서울 용산구 이태원의 해밀턴호텔 옆 골목길에서 이 같은 외침이 울려 퍼졌다. 폭 4m 정도의 좁은 골목길에 몰린 수백명의 인파는 순식간에 고립됐다. SNS와 언론에 제보된 복수의 현장 영상에는 사고 현장에서 경찰과 소방, 도움에 나선 시민들이 “뒤로 가 달라”며 골목길 정체를 해소하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던 장면이 담겼다.
당시 사고가 발생한 골목길의 경사면 아래쪽에는 사람들이 무더기로 넘어진 채 겹겹이 쌓여 있었다. “살려주세요” “죽을 것 같아요” 하는 비명과 고통 섞인 아우성이 이어졌다. 경찰과 구급대원들이 넘어진 사람들의 팔을 잡고 빼려 안간힘을 썼지만 꼼짝도 하지 않는 장면도 나왔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 구급대원은 경광봉을 들고 수신호를 보내며 “뒤로 가세요”라고 소리쳤다. 시민들의 “뒤로, 뒤로”라는 외침도 이어졌다. 하지만 이미 사고 현장 뒤에 수많은 인파가 몰려 있어 앞뒤로 옴짝달싹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골목길 정체는 약 20분간 이어졌다.
“밀지마” 외침소리, 비명으로 바뀌었다
당시 현장에 있던 한 목격자는 KBS 인터뷰에서 “밀지 말아 달라고 하거나 뒤에 있는 사람들이 손짓으로 앞으로 가 달라는 말이 들렸다”며 사고 직전 상황을 전했다.
그는 “정체돼 있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사람들이 쑥 내려갔다. 그러고 나서 갑자기 사람들이 ‘밀지마, 밀지마’ 이렇게 소리내면서 앞으로 가 달라고 했다”며 “근데 그 소리도 갑자기 멈추더니 비명소리만 (들렸다)”고 말했다.
이 골목길에서 인파에 깔렸다가 가까스로 벗어난 한 누리꾼은 트위터에서 “방금 죽다가 나왔다. 이태원 가파른 길 클럽 골목에서 나오는 길에서 위쪽 사람들이 밀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우측통행이 초반에는 그래도 있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대립 상태가 됐다. (경사진 골목에서) 위에서 가파른 상태로 미니까 도미노마냥 소리 지르면서 쓰러졌다”며 “사람이 이렇게 많으니 길이 혼잡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거기서 ‘밀어’ ‘뚫자’ 이러면서 미니까 당연히 넘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