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후 한국교회 신뢰 회복 첩경은 ‘공공성 회복’

입력 2022-10-30 06:00 수정 2022-10-30 06:00
이재열(왼쪽 두 번째) 서울대 교수가 29일 서울 광진구 장로회신학대에서 열린 51차 한국기독교학회 정기학술대회에서 코로나 이후 사회의 변화상에 대해 주제강연을 하고 있다.

코로나를 거치며 한국교회의 공공성 부재가 가장 취약한 부분으로 드러났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국기독교학회(회장 임성빈)가 29일 서울 광진구 장로회신학대에서 연 51차 정기학술대회에서다. ‘포스트 코로나 사회의 도래와 변화의 전망’을 주제로 강연한 이재열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코로나 중 교회의 높은 공교회성에 대한 요구가 커졌다”면서 “하지만 빠르게 성장한 한국교회는 ‘성장의 역설’에 빠져 조직의 관료화, 자원과 권한의 집중 등 제도화의 딜레마가 커지면서 ‘신뢰 적자’라는 이미지에 빠졌다”고 지적했다.

초저출산과 고령층의 증가가 교회에 큰 도전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이 교수는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의 대형교회들은 대도시로 이주한 교인들이 유입하면서 빠르게 성장했다”면서 “하지만 초저출산으로 인구는 줄고 고령층의 증가는 교회의 미래를 어둡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여전히 일자리는 수도권에 몰려 있지만 솟구친 주택 가격으로 정작 도심에 사는 젊은이들이 없고 이런 현실도 교회의 성장을 어렵게 하는 환경 중 하나”라고 진단했다.

코로나가 앞당긴 ‘초연결 플랫폼 사회’도 교회에 변화를 불러올 것으로 내다봤다.

이 교수는 “과거 아날로그형 교회가 가산관료제적 교회 세습, 인격주의적 끈끈함, 신분제화한 직분 등 유교적 문화 흔적이 강한 닫힌 위계적 조직의 모습을 띠었다면 플랫폼 사회에서 교회는 훨씬 개방적이고 (온·오프라인의) 경계가 모호하며 교인 수나 예산 같은 성과보다 대내외적 영향력을 중요하게 여겨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교회 안의 예배를 중시하던 전통을 넘어 가정과 일터라는 일상의 영성으로 어떻게 연결할지 고민해야 하고 온·오프라인을 연결하는 하이브리드 교회도 새로운 대안으로 염두에 둬야 한다”고 덧붙였다.

소그룹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이 교수는 “소집단의 친밀성을 유지하지 않고서는 교회의 본질을 찾기 어려운데 창의적 토론이 가능한 최대 규모는 12명”이라고 말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신학과 교회의 좌표’를 주제로 발표한 김회권 숭실대 교수도 교회의 공공성 회복을 강조했다.

김 교수는 “코로나라는 미증유의 환난은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에게 ‘창의적 응전’을 주문하는데 공교회성만 회복한다면 한국교회는 창의적인 응전으로 코로나 팬데믹을 맞이한 사람들을 섬길 수 있다”고 밝혔다. ‘창의적 응전’은 교회가 왕 같은 제사장의 돌봄 사역을 전방위적으로 펼치는 것 의미한다.

한편 이날 한국구약학회, 한국신약학회, 한국교회사학회, 한국조직신학회, 한국기독교윤리학회, 한국기독교교육학회, 한국실천신학회, 한국여성신학회, 한국선교신학회, 한국교회음악학회, 한국목회상담학회, 한국문화신학회, 한국기독교사회복지실천학회, 한국기독교교양학회 등 한국기독교학회에 속한 14개 학회도 각각 주제발표를 진행했다.

1973년 창립된 한국기독교학회는 14개 학회가 학제 간 연구를 통해 신학발전과 공동의 이해·공동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